- 집행간부 사의 표명, 감사원은 징계수위 낮춰 통보
정부의 금융감독기구 개편 최종안 발표가 임박했다.
감사원의 카드 특감 결과에 대한 이해당사자간 공방은 가열되고 있기도 하다.
금감위-원 정체성을 둘러싼 금감원, 금감위, 노조, 감사원, 정부 혁신위, 재경부간 이견과 논란을 소개하고 바람직한 해법 모색을 위한 시리즈를 시작한다. / 편집자주
국가 정체성, 시장경제체제 정체성만 문제가 되고 있는게 아니다. 금융감독을 누가 어떻게 해야 하는냐도 백가쟁명이다. 금감위-원의 정체성을 놓고 관련 기관들은 각기 제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이정재 금감위장겸 감독원장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무슨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인가. 이 묵묵부답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감사원의 카드사태 특감에 대한 여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민노당은 지난 27일 LG카드 부실화 관련 지표를 공시하지 않은 책임을 들어 이정재원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앞서 감독원 노조는 전윤철 감사원장을 감독원 직원에 대한 명예훼손 및 역시 직무유기 혐의로 관할 남부지검에 고소했다.
'감독원이 법적 근거 없이, 결과적으로 불법적으로 그동안 금융감독을 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은 잘못된 것으로 감독원직원들을 졸지에 불법자로 만들었다는 항의 표시이고 이런 불법과 잘못을 매년 감사 나왔으면서도 매번 모르다가 이제야 찾아냈으니 그간의 감사를 제대로 못한게 아니냐는 역논리다. 감사기관, 피감기관장이 동시에 고소고발 당한 희귀한 상태다.
사태가 풀리기는 커녕 더 꼬여가자 당사자들 반응이 다양하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지난 금요일 23일 정례 브링핑에서 "카드 정책에 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았고, 정책 변화에 대해 협의요청받은 적도 없고,논의하는 자리에 참여한 적도 없다"고 3불 무책임론을 주장했다. 정말 그럴까.
위원장 재임시인 99년 5월 신불자양산의 직접적 계기가 된 현금서비스한도가 폐지됐다. 99년 12월엔 그동안 재경부와 금감위의 논의를 거쳐 추진되온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조특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부총리 말이 맞지만 카드사 자산 건전성 감독 책임이 있는 위원장이 정책결정에서 참여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권한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2000년 1월 재경부장관으로 영전한 이후 재임중엔 전임자가 추진한 것이기는 하지만 카드복권제와 소득공제제를 시행했으니 이 역시 결코 자유스럽지는 못하다. 또다른 당사자인 당시 카드활성화정책을 주도한 강봉균 재경부장관(열린우리당 의원)은 일언반구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회는 시끄러운 민심을 반영해 29일 법사위를 열고 감사원의 봐주기식 조치 논란, 재경부 금감위 관료들의 면피주의식 대응과 감독원의 대책 등을 따질 예정이다.
여진은 언제 다시 후폭풍으로 거세질지 모른다. 여기에 당초 예정대로라면 정부 혁신위의 금융감독기구 개편 최종안이 월말 이내에, 늦어도 8월초까지 발표하기로 돼있다. 혁신위원회의 발표가 정부의 최종 정책결정이고 실행만 남게 된다.
감사원은 반발과 비난이 거세자 관련자 6명에 관한 당초 해임요구등의 강경입장에서 경고나 주의로 그쳐도 될만한 부드러운 인사조치 요구 공문을 27일 보내왔다. 조직의 존폐가 걸려있고 관련 직원들의 생사가 오늘 내일하니 긴장감이 돌 수 밖에 없다.
금감원 노조 간부는 벌써 수십일째 농성중이고 금감원 집행부 임원중 일부가 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정체성을 둘러싼 안팎의 도전이 거세지만 이정재 원장은 묵묵부답이다. 지난해 11월 전윤철 감사원장이 취임과 함께 금융감독체계를 뜯어고치겠다고 발표한 이래 많은 논란과 공방이 있었지만 침묵이다.
노조와 간부, 국회와 행정부, 위원회 전성시대의 실세인 정부 혁신위원회도 '콩내놓아라 팥내놓아라' 미주알 고주알 따지고 분명한 자기 입장을 밝히는데 문제의 기관 총책임자인 이원장은 모른척하고 있다.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소리소문 없이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일을 해치우는 평소 스타일대로 남모래 도모하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래도 1600여 금감원 직원들은 "우리 대장 맞나"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기 시작했다.
이정재 원장과 이헌재 부총리는 공교롭게도 같은 날인 월요일부터 휴가에 들어갔다. 다음주 월요일 출근하는 이원장은 이제 한마디 할 때가 됐다는 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