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9명 중 8명 찬성…이정희 "허구와 상상을 동원한 판결"
헌법재판소는 19일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심판과 관련해 '해산' 결정을 내렸다. 9명의 헌법재판관 중 8명의 재판관이 인용의견을 냈고 1명만이 기각의견을 내 최종적으로 해산 결정을 내렸다.
특히 헌재는 통진당 소속 5명 의원에 대해서도 의원직 상실을 결정하면서 민주노동당부터 이어져온 통진당이 15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했다.
5명의 의원은 지역구 의원인 오병윤(광주 서구을), 이상규(서울 관악을), 김미희(경기 성남시중원구) 의원과 비례대표인 김재연 의원과 국가내란음모 혐의로 재판 중인 이석기 의원이다. 앞으로 통진당과 비슷한 당명이나 강령 역시 쓸 수 없게 됐다.
특히 헌법재판관 9명 중 8명이라는 인용의견이 압도적으로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용훈 전 대법원장 추천으로 재판관으로 임명되어 진보성향으로 분류된 이정미 재판관까지 인용의견을 밝혀 매우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해산결정에 찬성한 재판관은 이 재판관을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박한철 헌재소장과 조용훈, 서기석 재판관, 새누리당 추천의 안창호, 여야 합의 추천인 강일원 재판관과 양승태 대법원장이 추천한 김창종, 이진성 재판관까지 모두 8명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당이 추천한 김이수 재판관만이 기각의견을 냈다.
박 헌재소장은 인용의견 발표를 통해 해산심판 핵심 쟁점인 정당 활동의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 여부와 목적과 관련, 지난 2012년 총선당시 관악을 지역구 여론조작행위와 폭력사태를 지적하며 "국가의 존립인 법치주의 선거제도의 민주주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8월 'RO(혁명조직)'의 비밀 회합으로 내란음모 혐의로 체포된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해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 비춰 추상적 위험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진보당은 북한을 추종한 것이 인정되며 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대남전략과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통진당 주축세력이 자주파(NL)가 핵심이라고 판단, 특히 자주파가 추구하는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식 사회주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헌재 역사상 초유의 일로 메가톤급 후폭풍이 예상된다.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으로서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정당의 운명을 비선출기관인 헌재가 결정하는 잘못된 선례를 남겨 정당 활동의 제약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노동당 때부터 맥을 이어온 진보정당의 해산으로 정국은 보수-진보의 이념의 골이 극심하게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진당 이정희 대표는 헌재의 '해산' 결정 이후 기자회견문을 통해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무너졌다"며 "박근혜 정권이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로 전락시켰다. 6월 민주항쟁의 산물인 헌재가 허구와 상상을 동원한 판결로 스스로 전체주의의 빗장을 열었다"고 헌재 결정을 비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하는 저의 마지막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종북몰이로 지탱해온 낡은 분단체제는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진보정치의 꿈은 더욱 커져갈 것이라 확신한다"며 "우리 국민들은 가혹한 순간을 딛고 일어나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헌재 결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오병윤, 이상규, 김미희 의원의 지역구에 대해 내년 4월 재보선을 실시하고 통진당 국고보조금을 압류, 자산동결 조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