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이고 소심한 성격 발병률 높아
겨울 한파로 전국 대부분 지역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안팎으로 떨어졌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 등 호흡기질환의 발병위험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급성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의 위험도 커진다. 한 연구결과 기온이 1도 떨어지면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1.7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심근경색은 암, 뇌졸중과 함께 국내 3대 사망원인으로 돌연사를 유발하는 주원인 중 하나다.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동맥경화성 변화로 불안정해지면 혈관 내벽에 혈전이 생긴다. 이런 경우 관상동맥이 막히면서 심장근육이 괴사된다.
또 추운 날씨는 혈소판의 응집작용을 일으켜 혈액을 끈끈하게 만들고 혈전 생성률을 높인다.
장호준 세종병원 심장내과 과장(사진)은 “체온이 떨어지면 ‘카테콜아민(catecholamine)’ 호르몬이 분비돼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고, 이로 인해 혈관이 수축되면서 심장박동이 빨라진다”며 “혈관이 좁아진 상태에서 심장박동이 증가하면 혈압이 상승해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성격이 심근경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D형 성격은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등 매사에 부정적이고, 소극적이며, 타인과 거리를 두는 것을 의미한다. 고통 혹은 괴로움을 뜻하는 영어단어 ‘Distress’에서 명칭을 따왔다.
네덜란드 틸버그대 의대의 요한 데놀레트 교수팀이 1995년부터 2011년까지 45세 이상 성인 5000여명을 분석한 결과 D형 성격인 사람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정상인보다 1.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 위험도 2.6배 높았다.
2012년 고영훈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인의 27%가 D형 성격이다. 이런 성격은 남보다 스트레스를 자주 받으므로 ‘사이토카인’ 등 화학물질의 분비량이 많다. 이들 물질은 혈관에 염증을 일으켜 심장질환의 발병위험을 높인다.
급성심근경색은 극심한 흉통, 호흡곤란, 구토 등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전체 환자의 25% 정도는 흉통 없이 체한 듯한 느낌을 받거나 가슴에 고춧가루를 뿌린 것처럼 싸한 증상만을 호소한다.
발병 직후 심장근육의 손상이 진행되므로 신속히 응급처치를 받아야 사망률을 낮추고 합병증이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보통 환자의 30%가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호준 과장은 “심장이 멈췄을 땐 5분이내 심폐소생술 시행, 60분이내 혈전용해제 투여, 90분이내 관상동맥재관류술이 이뤄져야 한다”며 “한번 손상된 심장근육은 재생되지 않으므로 치료 후 심부전, 부정맥, 승모판 폐쇄부전, 심막염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급성심근경색은 조기발견과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런 증상 없이 진행될 때가 많으므로 위험요인인 비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가족력 등이 있으면 미리 경동맥초음파검사나 심장초음파검사를 받는 게 좋다.
평소 금연, 꾸준한 운동, 저염식·저지방·저칼로리 위주의 식단으로 동맥경화증과 고지혈증을 예방해야 한다. 또 겨울철에는 보온에 신경 써 체온이 급격히 저하되는 것을 막는 게 좋다. 초기 증상인 흉통 구토 호흡곤란 등이 나타날 경우 바로 전문의에게 진료받아야 한다. 헬스오 박정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