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성노예 각서' 파문을 일으킨 대전지방국세청 산하 충주세무서 P조사관(35세, 8급) 사건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P조사관의 동료 국세공무원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표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8일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P조사관은 성매매 업소에서 알게 된 A여성에게 수 천만원의 돈을 빌려주면서 각서를 작성, 성관계를 강요한 혐의로 입건되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P조사관은 A여성과 사적인 대화를 나눌 만큼 가까워지자 A여성에게 수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으며 원금과 연 40%에 달하는 이자를 매달 두 차례에 걸쳐 갚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았다.
파문을 일으킨 것은 각서의 내용.
각서에는 '돈을 상환하지 못할 시 하루동안 P조사관 옆에 있으면서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습니다. 상환약정 기간 내에 P조사관 외에 다른 사람에게 절대 돈을 빌리지 않을 것이며 만약 빌릴 시에는 한 달 동안 P조사관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것을 약속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던 것이다.
P조사관은 A여성이 돈을 제때 갚지 못하자 각서에 적힌 사항의 이행을 요구, 1년 6개월 동안 26차례 성관계를 했으며 돈을 받아내기 위해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통해 '평생 노예로 살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라거나 '섬으로 팔려가고 싶으냐, 노예는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는 등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는 국세청 내부 전산망에 접속, A여성의 개인정보를 무단 열람하기도 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결국 참다 못한 A여성이 성폭력상담센터에 상담하고 P조사관을 경찰에 신고했다.
A여성은 P조사관이 집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려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여기까지가 언론을 통해 세간에 알려진 사실.
하지만 P조사관 주변의 동료 국세공무원들은 알려진 사실과는 다른 부분이 많다며 P조사관이 파렴치한으로 매도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모습이다.
동료 국세공무원들에 따르면 미혼이었던 두 사람은 P조사관이 충주세무서로 옮겨오기 전 근무지에서 만났고 누가봐도 연인사이라고 인식할 정도로 가까운 관계였다는 전언이다.
비록 두 사람이 성매매 업소에서 만났지만 둘은 가까워졌고 A여성의 사채 이자에 대한 고민을 들은 P조사관이 금전을 대여했지만 B씨의 씀씀이가 커지면서 빌려주는 돈도 자꾸 늘어나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P조사관은 각서에 '본인 외에는 돈을 빌리지 않는다'라는 내용을 넣어 A여성의 무분별한 씀씀이를 막아보려 했지만 결국 이 문제로 잦은 다툼을 벌이다 사이가 틀어졌다는 것이다.
A여성이 빌린 돈을 갚기 어렵게 되자 각서를 빌미로 성관계를 요구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것 아니겠냐는 것이 동료 국세공무원들의 전언. 실제로 P조사관은 경찰 조사에서 B씨가 돈을 갚지 않기 위해 공무원인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사건 내용이 자극적이다 보니, 온통 여성의 주장에만 언론 보도의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는 것 같다"며 "경찰 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면 좋겠다. 잘못을 했지만 P조사관의 신분이 공무원이다보니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P조사관의 동료 국세공무원은 "두 사람은 누가 봐도 연인관계였다. 누가 돈을 빌려주며 각서에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리지 못하게 하겠냐. P조사관이 A여성을 아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라며 "P조사관은 평소 온순한 성격에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