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심근경색 병력이 있는데 날씨가 추울 때 가슴이 자주 두근거리거나 답답함이 느껴진다면 바로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이런 증상이 있는 사람은 낮은 기온 탓에 혈관이 수축되고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면서 부정맥 등 치명적인 심혈관질환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심장은 분당 평균 60~100번, 하루에 약 10만번씩 규칙적으로 펌프질을 반복한다. 부정맥은 이같은 심장박동이 규칙적인 리듬을 잃고 흐트러진 상태로 ‘심장질환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불린다. 심장마비나 졸도를 일으키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뇌졸중 위험도 8~12배 높이고, 쓰러지면서 외상을 입을 위험도 크므로 즉시 치료받는 게 좋다.
김영훈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혈관이 수축되면서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게 돼 심장근육 조직이나 세포가 죽는다”며 “게다가 추위에 노출되면 혈액응집력이 높아지면서 혈전이 쉽게 형성되고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심박동수가 느려지면 ‘서맥성 부작용’, 한 박자 빨라지면 ‘빈맥성 부작용’이라고 한다. 서맥성부정맥으로 심장이 늦게 뛰면 심박출량이 감소해 온 몸과 장기에 필요한 혈액 및 산소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쉽게 피곤해지고 운동능력이 감소되며 무기력감을 느끼게 된다. 70대 이상 고령, 고혈압약인 베타차단제나 칼슘채널차단제 복용, 마라톤 등 심장에 지속적으로 무리를 주는 운동, 심근경색이나 심부전 등 심장질환 병력 등이 발병률을 높이는 원인이다.
빈맥성부정맥은 가만히 있을 때 1분당 심장박동수가 100회 이상으로 빠른 상태를 의미한다. 움직일 땐 심장박동이 빨라지므로 보통 분당 180회까지는 정상으로 본다. 평소 커피나 술을 자주 마시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교감신경이 예민해져 심장이 평소보다 빨라지게 된다.
부정맥을 진단법으로는 24시간 심전도검사, 운동부하 심전도검사, 기립경검사, 심초음파검사, 전기생리학적검사 등이 있다. 김 교수는 “흔한 부정맥인 심방세동이나 빈맥 등은 심장 이상 부위를 고주파 전류로 절제하는 전극도자절제술로, 서맥성인 경우엔 인공심장박동기를 이식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며 “빈맥성인 환자 중 돌연사 위험이 높은 경우 증상 발현시 전기쇼크를 줘 빈맥을 멈추게 하는 삽입형 제세동기시술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부정맥 등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려면 찬바람이 불 땐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나가더라도 외투를 입어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 추운 날씨에 새벽운동이나 등산은 돌연사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운동하기 전에는 10분간 맨손체조 등 스트레칭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최근 청각장애를 이겨내고 천재 작곡가로 이름을 떨친 베토벤이 다수의 역작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는 부정맥을 앓았기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미시간대와 워싱턴대 심장내과학·음악학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E장조(작품번호 81a)의 아다지오 부분과 알레그로 부분엔 부정맥 환자에서 발견되는 불규칙한 리듬이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깥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베토벤이 ‘내면의 귀’를 통해 자신의 부정맥 리듬을 느낀 뒤 이를 음악작품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헬스오 박정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