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신임대표(왼족에서 세번째)와 우윤근 원내대표(오른쪽에서 세번째)를 비롯한 새 지도부가 9일 첫 최고위원회의를 열기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 새정치연합)
'당 수습'…'계파청산' 공천혁명만으로 될까
탕평인사는 기본, "정당의 유기적 조직혁신, 핵심 돼야"
'이기는 정당'으로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가 된 문재인 신임 대표는 이기기 위한 첫 일성으로 "박근혜 정부와의 전면전"과 "계파청산"을 내걸었다.
2012년 야권 대선후보로서 차기 대선 주자 1위를 내달리고 있는 문 대표는 민심(국민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지지(58.06%)를 받았지만 ARS전수조사로 진행된 권리당원 투표에선 39.98%로 박지원 후보(45.76%)보다 6%포인트 가량 뒤졌고 45%가 반영된 대의원 현장투표에서도 박 후보를 3%포인트 정도밖에 따돌리지 못해 민심과 당심의 괴리를 맛봐야했다.
이는 그만큼 당내 계파갈등의 골이 깊다는 의미로 계파 청산이 '문재인 리더십'의 첫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제각각 자기정치를 하는 의원들과 당내 지역 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내년 총선에서 '이기는 정당'이 되는 길은 요원하다. 특히 대표 경선에서 막강한 경쟁자였던 박 후보와의 갈등이 깊어질 대로 깊어지면서 그 후유증 수습도 과제다.
□ "탕평인사가 핵심"…공천 책임지는 사무총장 인선 관심 집중 = 문 대표 스스로 밝힌 세 번의 고비(전대, 당 수습, 2016년 총선)에서 한 고비를 넘겼다(전대고비). 하지만 두 번의 고비가 사지(死地)로 연결될 수 있는 험로로 둘러싸여 있어 문 대표 역시 '사즉생'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는 전날(8일) 당 대표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전대기간 동안 보였던 분연의 모습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계파논안을 확실하게 없애겠다"며 "계파의 ㄱ자도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강한의지를 피력했다.
또 9일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를 하며 보수 중도층을 끌어안기를 시도했다.
당 안팎에서는 찢겨진 계파 갈등을 회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당직인선의 '탕평 인사'가 핵심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경선과정에서 갈등이 심했고 그 후유증을 빨리 복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친노'에 발목이 잡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비노계 인사나 호남 의원들을 최대한 당직인선에 앉혀 계파 극복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공천기준을 세우는 것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 대표 역시 이를 숙고한 듯, 이날 첫 인선으로 당 대표 비서실장에 평민당 시절부터 당직을 맡아온 재선 김현미 의원을, 당 대변인에는 고 김근태계인 유은혜 의원을 각각 내정했다.
정치평론가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탕평인사는 당연하다. 특히 내년 총선을 위해 공천이 핵심인 만큼 사무총장 '비노계'로 임명해 자신의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강경파 최고위원들 다독이기…"정당, 유기적 조직으로 만들어야" = 문 대표에게 닥친 험로는 새 지도부 면면에서도 드러난다.
당내 강경파를 분류되는 정청래, 오영식, 유승희 의원이 최고위원에 입성했지만 당 대표와 '따로 노는'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참배를 두고 이들 최고위원들이 반대해 최고위원 5명이 모두 문 대표를 동행하지 않았다.
당 대표의 권한을 집중시키기 위해 대표와 최고위원 경선을 나눠 지도부를 선출하는 단일지도체제임에도 당 대표의 첫 행보에 반기를 든 것은 새정치연합의 오래된 버릇(?)인 '대표 흔들기'를 보여주는 듯하다.
집토끼는 물론 산토끼까지 끌어안아야 '이기는 정당'이 될 수 있는 선거 구도에서 신임 대표의 첫 행보에 파열음을 내는 것을 두고 '문재인호(號)'의 순항을 우려하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당 한 관계자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참배 문제는 당내에서도 논란이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대표의 의지를 보고 따라야 하는 건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치학자인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이에 대해 "강경파 최고위원들이 벌써부터 따로 노는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정당이 통합된 조직인데 조직이 잘 될 가능성을 스스로 낮추는 것"이라며 "그런 행동은 개인을 위한 것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근본적인 정당 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쉽게 탕평인사나 박근혜 정부 전면전으로 이슈를 만들 수 있지만 둘 다 길이 아니다"며 "모든 사안을 선거 중심적으로 보기보다 정당이라는 조직적 현상을 이해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선거는 당 조직과 당원부터 의원까지 수많은 정치자원들을 잘 집약하고 효과적으로 능력을 발휘해서 나온 결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유기적 작용을 위해서는 정당조직 운영을 고민해야한다. 공천도 누가 이기냐만 관심 있으니 룰만 신경 쓴다"며 "대표가 할 일은 오래 걸려도 유기적 조직을 만들기 위해 당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