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자금이 부족하고, 호반건설은 인수 의향이 분명하지 않아 문제입니다."
금호산업 매각과 관련한 M&A 시장 관계자의 전언이다. 금융권에서는 금호산업의 인수의향서(LOI) 마감일인 25일을 앞두고 가장 유력한 후보진영에서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과 호반건설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자금력이 부족하고 호반건설의 속내를 알수 없어 인수전(戰)의 판도는 안개속에 놓인듯 불명확하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기업인데다 주력사인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30.08%를 가진 대주주로 에어부산, 금호리조트 등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그런 만큼 박삼구 회장의 애착이 남달라 금호산업을 다시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의 5.13%를 소유하고 있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그룹의 모기업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생각한다"며 "5년 전부터 경영 정상화에 올인하고 있고 박 회장도 인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금호석유화학 지분 매각 등을 통해 3300억원의 '실탄'을 마련한 후 이를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활용했다.
하지만 부족한 자금력이 박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박 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15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은 이미 개인 자산을 내놓은 상태이며, 금호타이어 지분 7.99%도 담보로 잡혀 있어 추가로 자금을 동원할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를 모으기도 녹록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재무적 투자자로 대상그룹을 인수전에 끌어들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대상의 지원사격이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다.
M&A 업계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30%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재무적 투자자에게 매력적이지만 항공산업이 규제산업이고 유가 하락세도 멈추고 있어 투자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인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이 박 회장의 여동생이어서 공동전선을 구축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대상그룹은 지난해 3분기 매출액 692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25억원으로 36% 감소하는 등 자금여력이 그리 크지 않은 점이 걸림돌이다.
금호산업 지분 4.95%를 보유하고 있는 호반건설도 금호산업의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떠오르고 있다. 호반건설은 딜로이트 안진을 자문사로 선정한 후 금호산업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11월 금호산업의 지분을 6.16%까지 늘려 금호산업 인수설의 주인공이 됐다. 시장 일부에서는 박삼구 회장보다 지분이 많은 데다 풍부한 유동성까지 갖춰 호반건설의 인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인수에 대한 속내가 불명확하다. 동부건설과 금호산업을 저울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은 지난 1월 "금호산업 인수의향이 없다"고 밝히며, 금호산업 지분을 공시의무가 없는 4.95%까지 낮췄다.
건설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대신 프리미엄 브랜드를 가지고 공공공사 능력을 갖춘 동부건설을 인수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것처럼 움직이다가 동부건설 쪽으로 방향을 돌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보유한 금호산업의 주가가 오르고, 동부건설의 주가가 떨어지면 금호산업 지분을 처분한 자금을 동부건설 인수에 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에는 박삼구 회장이 유리해진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어떠한 선택을 할지는 알수 없어 어느 쪽이 승자가 될지는 오리무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