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대사 피습사건, 여야 규탄…범행동기엔 미묘한 입장차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오전 급작스런 피습사건을 당해 충격을 주고 있다.
리퍼트 대사는 이날 오전 7시 40분께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회 장소에서 김기종(55)씨로부터 흉기로 얼굴과 왼쪽 손목 부위를 공격당했다. 김씨는 진보성향 문화운동 단체인 우리마당 대표다.
이에 정치권은 일제히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중동 4개국 순방차 아랍에미리트에 머물고 있는 이날 새벽(현지시간) 리퍼트 대사의 피습 사실을 보고받고 "이번 사건은 주한미대사에 대한 신체적 공격일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으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철저한 수사를 강조한 후,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국정부에 위로를 전했다.
이날 오후 긴급 소집된 국회 외교통일위 회의에서는 여야 구분 없이 용의자 김 씨의 테러 행위에 대해 규탄했다. 이번 사건으로 한미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 제기와 함께 이를 막기 위한 외교 당국의 철저한 대응에 대한 주문이 쏟아졌다.
나경원 외통위원장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테러"로 규정했고,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심재권 의원은 "누구에게도 이런 테러 행위는 옳지 않고, 규탄해 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기종씨의 범행 동기와 관련해 여야의 미묘한 입장차가 드러나기도 했다. 여당은 '한미동맹에 대한 테러'라며 종북 세력의 행위로 규정지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사건 당시 행사장에 리퍼트 대사와 동석해 피습현장을 목격한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은 김 씨가 범행을 하면서 "군사훈련 반대" 등을 외친 것을 두고 "몰지각한 종북·반미 테러분자에 의한 흉포한 만행"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불필요한 이념논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극단적 민족주의자의 개인적 돌출행동"으로 선긋기에 나섰다.
김성곤 의원은 "한미군사훈련 반대 등을 외친 것으로 봐서 반미·극단적 반미주의자의 정치적 사건 아니냐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도 "당사자의 인격적 문제도 중요한 팩트이고, 그것도 잘 살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심재권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아직 명확한 범행 동기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스스로 너무 확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한미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사건 발생 직후 워싱턴과 서울의 각 급 외교채널을 모두 가동해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이번 일을 한미 동맹 관계와는 별개의 '단발사건(isolated incident)'으로 규정하고 동맹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긴밀히 협력하자는 입장을 확인한 상태다.
◈ 리퍼트 美대사 봉합수술 후 "잘 있다…같이 갑시다" 메시지 남겨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는 피습 직후 곧바로 강북삼성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뒤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 봉합수술 등을 받았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측은 수술 후 브리핑을 통해 "수술은 2시간 30분가량 진행됐으며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밝혔다. 병원에 따르면 리퍼트 대사는 이날 피습으로 새끼손가락의 찰과상, 약지에 1.5㎝크기의 상처, 전완부 안팎 관통상, 오른쪽 얼굴에 자상 등을 입었다.
정남식 연세의료원장은 이날 수술 후 브리핑에서 "얼굴 오른쪽 상처를 80여바늘 꿰맸고 왼쪽 팔 전완부에 신경접합술을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리퍼트 대사는 갑작스러운 큰 사고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수술이 끝난 지 4시간여 만에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잘 있으며 굉장히 좋은 상태에 있다", "같이 갑시다" 등의 메시지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