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제외 등 형평성 논란에 은행권 '팔 비틀기' 지적
임종룡 "서민금융 지원에 집중할 것"
정부가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이 4일 만에 연 한도 20조원을 모두 소진했다.
이에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5영업일간 20조원 한도로 2차 판매에 들어갔다.
단 1차 판매 때와 같은 선착순 방식이 아니라 신청을 받은 뒤 저소득층에게 우선 판매하는 방식이다.
우선 신청금액이 20조원에 미달하면 전환 요건을 충족하는 모든 고객에게 대출이 지급된다. 대출 지급일은 신청을 할 때 고객이 지정했던 희망대출일이다.
그러나 20조원을 넘어서면 주택가격이 낮은 순으로 20조원까지 대출을 부여한다. 아파트는 KB부동산 시세, 아파트 이외 주택은 감정평가 등을 거쳐 다음달 15일 중 주택가격이 낮은 순으로 대상자를 확정한다.
이날 안심전환대출을 취급하는 은행 지점에는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하려는 고객들로 붐볐다. 안심전환대출의 인기는 여전히 높았다.
그러나 2금융권 등 이번 안심전환대출에서 소외된 금융소비자들의 불만도 거셌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은행권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관치금융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금융노조는 30일 성명서를 통해 "금융위원회가 안심전환대출에 20조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는데 수십조원의 예산집행 결정을 단 하루 만에 결정한 졸속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번 추가 투입으로 은행들은 4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이 불 보듯 한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라야 한다"며 "막대한 은행 손실을 곧바로 국민경제에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며 영업현장에서는 극심한 노동강도에 시달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노조는 또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고 대상에서 제외된 서민들의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며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은행 돈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모럴해저드가 시장에 확산되면 민감금융영역은 사라지고 정책금융만 판치게 된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도 비판 행렬에 가세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주택담보대출비율이나 총부채상환비율 등의 규제로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 보험사나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선택한 소비자는 대부분 변동금리로 비싼 이자를 내고 있는데도 대상에서 제외돼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책금융은 각종 특정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금융으로, 원칙적으로 대상에서 배제되는 계층이 없도록 특별 한도를 배정해 지원이 절실한 2금융권 대상자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불만이 가중되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서민금융지원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30일 오전 열린 간부회의에서 "안심전환대출 이후 모든 정책 역량을 서민금융지원에 집중할 것"이라며 "제도를 원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장 방문도 서민금융과 관련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서민금융진흥원이 상반기 내에 출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그 이전에도 미소금융이나 신용회복위원회, 국민행복기금 등 서민금융기관과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다양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안심전환대출이 서민보다는 분할상환이 가능한 중산층에 혜택이 집중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서민금융 지원에도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