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안심전환대출이 지난 3일 판매를 마쳤다.
지난달 24일 출시한 안심전환대출은 은행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월 한도로 책정했던 5조원이 출시 하루 만에 소진됐고, 연 한도 20조원도 4일 만에 모두 채웠다.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인기를 반영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20조원 한도로 2차 판매에 들어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신청 규모는 한도에 크게 못미친 14조원에 그쳤다.
당초 금융위는 20조원을 넘어설 경우 주택가격이 낮은 순으로 승인토록 할 계획이었지만 신청규모가 한도에 미달해 요건만 충족시키면 모든 신청자가 안심전환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주간 은행권을 들끓게 했던 안심전환대출이 막을 내렸지만 그 후폭풍은 여전히 거세다.
서민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지 못해 '안심대출'이 아닌 '불만대출'이 되고 말았다.
원금을 분할상환해야 하는 상품이어서 저소득층 보다 원금 상환에 여력이 있는 중산층에만 혜택이 집중됐다는 지적은 상품 출시 초반부터 제기됐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2금융권으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고, 이미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는 대출자들도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금융위는 안심전환대출이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내놓은 것이지 단순히 금리를 낮춰주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강변했다.
은행권도 정부 정책이라 마지못해 안심전환대출을 판매할 뿐 처음부터 내키지 않아했다.
이자를 잘 내던 기존 주택담보대출 고객에게 낮은 금리의 원금상환대출로 전환하는 것이어서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내놓은 정책이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는 수익성이 나빠질 것을 알면서도 팔 수밖에 없다"며 "전형적인 은행 손목 비틀기"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은행 수익이 최대 4000억원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은행들이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어서 은행으로서는 뼈아픈 출혈이다.
이 때문에 안심전환대출이 '누구를 위한 정책이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제기한 가계부채 구조 개선이라는 정책 목적에도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정작 금융지원이 필요한 서민을 등한시 해 정책의 포커스를 잘못 맞췄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비난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이 급하게 서민금융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취임하면서 금융권은 물론 국민들의 기대가 컸지만 이번 안심전환대출 문제로 실망하는 분위기다.
금융위가 1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이는 가계부채의 구조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면서도 서민과 저소득층 등 금융지원이 필요한 계층을 만족시킬 어떤 정책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