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입법정책 문제 위헌여부 아냐' VS 신청인, '낙인찍기 안돼'
헌법재판소는 9일 오후 2시부터 대심판정에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 특별법) 제21조 제1항의 위헌제청 사건에 대해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제청신청인을 대리해 변론에 나선 정관영 변호사는 "심판대상 조항이 지난 2011년 전농동 집창촌에서 성매매로 근근히 생활을 하던 김 모씨를 성판매 혐의로 검찰이 기소하고, 김 씨가 '성매매 특별법 제21조 1항에 대해 성적자기 결정권과 진술거부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공개변론을 진행하게 됐다"고 개요를 밝혔다.
정 변호사는 이 법이 시행 11년이 됐는데 집창촌을 대변하는 단체나 법조인이 전무한 상태였다며 사회적 파장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실과 괴리된 이 법률조항을 후세에 물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이 법률조항에 대해 앞으로 언제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할 지 요원하다면서 이번 기회에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변론했다.
그는 "특별법에 대해 국가적 혼란이 크기 때문에 그냥 폐지해 달라는 주장이 아니라, 다만 형사적 처벌을 막아달라는 것"이라며 "성판매자들을 포함해 국가적인 공론화 과정 통해 납득할 만한 처우 개선을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최후 변론을 통해 성매매를 근절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입법정책적 문제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입법권자의 입법재량에도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기본권 제한을 넘어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 이런 침해를 가능하게 하려면 공익과의 법익 교량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매매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출발한 특별법이 성판매 여성을 일반 여성과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오히려 낙인찍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성매매에 금품이 개입됐다고 다르게 볼 것이 아니라면서 금품을 받으면서까지 생계를 유지하려는 절박한 성매매 여성의 어려운 상황에 주목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 변호사는 한 사회의 수준은 가장 낮은 곳을 보면 알 수 있다며 특히 신청인인 집창촌 여성은 우리사회의 가장 낮은 곳 중의 하나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도 헌법제정권자이자, 동시에 우리사회의 소수자에 해당한다며 헌재가 소수자들이 차별 받지 않도록 특별법에 대해 위헌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진 변론에 나선 김강자 한남대 교수(전 종암경찰서장)는 "국가에서 성매매 특별법을 통해 집창촌 여성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단속을 강화해야 함에도, 생계를 위협하고 처우만 악화시켰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절도 등도 생계형 범죄이기는 하지만 절도는 피해를 주는 반면 성매매의 경우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집창촌의 경우 합법화해서 그들이 자활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국가를 대리해 이해관계인으로 나선 최태원 검사는 2000년 전후 성매매 업소 화재 등 열악한 상황 때문에 이를 계기로 성매매 종사자에 대한 인식 변화와 여성 단체의 간절한 청원에 따라 성매매 특별법 제정됐다고 밝혔다.
최 검사는 특별법이 개인간의 애정영역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재화에 의한 성매매를 처벌하고자 하는 법이라며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계형 성매매자를 합법화 하자는 신청인측의 주장에 따르면 비자발적 성매매의 확대 위험, 실제 생계형이 아닌 용돈 마련 등의 성매매 확산, 성에 대한 그릇된 가치관의 확대가 염려된다고 말했다.
최 검사는 만약 이 법률이 위헌 선언될 경우, 성매매에 대해 아무런 규제가 없게 돼 성매매 피해자들에게 무정부적 상황이 도래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 결과 이 법이 제정되게 된 여러 비극적 상황이 재발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매매 특별법이 성판매자와 구매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판매자가 항상 여성이고 구매자가 항상 남성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웨덴 등에서 성구매자만 처벌해도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를 처벌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 주장은 객관적인 효과에 대해 증명이 없고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최 검사는 성구매자만 처벌할지 아니면 둘 다 처벌할지 등의 문제는 입법정책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위헌 여부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최후 변론을 마쳤다.
이어진 국가측 이해관계인인 최현희 변호사는 "자동차 안전띠도 사생활의 영역이지만, 도로에서 자동차를 운전할 경우 내밀한 행위가 아니게 된다"며 "성매매에서도 똑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매매 행위가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성매매에는 돈이 개입하고 따라서 경제적 영역과 혼합되면서 사회적 공적 영역으로 변환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신청인측 변론은 성매매 종사자들의 절박한 현실에 주목해 달라며 감성에 호소한 측면이 강한 반면, 국가측 대리인들은 법 논리적인 측면을 전면에 내세우며 변론을 이어갔다.
헌재 재판관들은 양측의 변론 요지가 끝난 직후 각각의 쟁점에 대해 질문들을 이어갔다.
헌재는 약 4시간에 걸친 공개변론을 마친 후 선고 일정은 추후 따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공개변론이 진행되기 직전 헌재 정문 앞에서는 성매매 여성들이 집창촌 구역의 합법화를 주장하면서 "집창촌 단속이 너무 많아 이를 피하기 위해 음성적인 성매매가 이뤄지면 경찰에 신고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폭력에 노출 될 위험이 높아진다"며 특별법을 폐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