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무사회가 '유령'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정구정 현 세무사회장을 폄훼하는 내용이 담긴 언론의 보도내용을 세무사회원 개인 핸드폰으로 발송한 당사자를 발본색원,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10일 세무사회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불특정 다수의 세무사회원들의 개인 핸드폰으로 '010-7702-XXXX' 번호가 찍힌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다.
문자메시지의 내용은 한 조세언론사의 기사제목과 기사 페이지 링크였다. 기사는 정구정 회장의 임기 4년을 평가하며 정 회장 집권 4년 동안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는 내용.
세무사회는 세무사회원들의 개인 핸드폰 번호를 무단 수집해 문자를 발송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하며 발송자를 찾아내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세무사회는 지난 8일 전 회원에게 공문을 발송, 해당 문자를 받은 세무사회원들에게 문자 수신 사실을 제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
문제는 문자 발송자의 존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세무사회에 따르면 최초 발송자가 전화를 받은 적은 있으나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으며 현재는 아예 전화를 받지 않고 있는 상태로 전해졌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어떤 경로를 통해 회원들의 전화번호를 입수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현재 수사를 의뢰 중인 상태"라며 "문자가 전체 회원들에게 발송된 것은 아니지만 꽤 많은 회원들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세무사회원들의 개인 핸드폰 번호는 세무사회에서만 알고 있다"며 "세무사회는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어떤 기관이나 단체에도 제공하지 않는다.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에 대한 조사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업계 안팎에서는 세무사회가 전체 공문까지 발송하며 강경대응에 나선 것은 단순히 개인정보유출 문제를 떠나 정 회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괘씸죄'가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세무사회가 괴문자가 몇 명의 세무사회원들에게 전달됐는지 여부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 '개인정보유출'을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발송자가 개인적으로 확보해 놓은 세무사회원들에게만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면, 고발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세무사회가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세무사회는 지난해 세무사회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허위사실을 적시하는 등 집행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회원 3명의 게시판 접근을 차단한 바 있으며, 현재도 정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를 비방하는 게시물에 대해서는 즉각 삭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 9일에도 자신이 게시판에 올린 글을 삭제했다는 이유로 한 세무사회원이 세무사회관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는 등 논란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유출도 문제지만 비난 여론을 수용하려는 자세가 부족한 집행부의 노선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세무사회의 설명 처럼 세무사회만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갖고 있다면 정보유출은 관리를 소홀히 한 회의 잘못이다. 관리 시스템에 문제는 없는지 회가 먼저 반성하는 것이 순서"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