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18일 서울지방세무사회를 시작으로 제29대 세무사회장 선거가 치러질 예정인 가운데, 정구정 현 세무사회장(사진)이 출마가 유력시되고 있는 인물을 노골적으로 밀어주고 있다는 지적이 또 다시 제기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012년과 2014년 치러진 서울세무사회장 선거 당시에도 자신이 지지하는 특정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세무사신문 등을 의도적으로 활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업계의 눈총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정 회장의 지지를 등에 업은 후보자는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 두 번 연속 낙선의 쓴 잔을 들이켰다.
현직 세무사회장이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 혼탁 선거 분위기를 조장하고 급기야 회원들을 분열로 이끄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증폭되고 있다.
□ 레임덕도 없는 '제왕'의 선택은? =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 회장이 밀고 있다는 '특정후보'는 B세무사다. B세무사는 고위공직을 지낸 뒤 최근 세무사무소를 개업, 이번 세무사회장 선거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하고 폭넓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세무사 업계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공직 재직 시절 세무사업계 발전을 위해 적지 않은 도움을 준 B세무사의 세무사회장 당선을 위해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 소문은 최근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과 오버랩되면서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최근 세무사신문(4월1일자)은 세무사회 고문으로 위촉된 B세무사에게 공로패를 수여했다는 내용의 기사와 함께 무려 3면에 걸친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
세무사회는 기사를 통해 회계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부여 폐지, 전자세액공제 금액 확대 등 세무사회의 50년 숙원을 B세무사가 공직에 있을 당시 지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실제로 B세무사가 세무사업계 발전을 위해 노력한 것은 사실에 가깝다. 하지만 이 인터뷰 기사를 접한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눈쌀을 찌푸리고 있다. 보기에 따라 시각이 다를 수 있지만 노골적으로 B세무사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는 '시기'다.
후보자등록이 끝나진 않았지만 사실상 차기 회장 선거전이 시작된 상황에서 출마가 유력시 되는 특정후보에게 세무사회가 공로패를 수여하고, 전 회원에게 발송되는 간행물에 대대적인 홍보성 인터뷰를 실은 것은 선거 개입 의혹을 살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B세무사와 함께 회장 선거에 출마, '자웅'을 겨룰 것으로 보이는 인물(손윤 현 역삼지역세무사회장, 이하 손 세무사)에 대해서는 세무사회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하겠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의혹을 스스로 더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징계 여부가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선거전 초반부터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인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고의적으로 징계권을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정 회장은 지방회를 돌며 손 세무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손 세무사와 한헌춘 전 중부지방세무사회장 등 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인물들이 선거사무를 중앙선관위에 위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일찌감치 세무사회의 선거사무 관할을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을 표한 셈이다.
□ 과거와 너무 닮은 '내 사람 밀어주기' 행태 = 정 회장의 특정후보 밀어주기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제10대 서울세무사회장선거와 지난해 열린 제11대 서울세무사회장 선거에서도 정 회장의 선거 개입 의혹은 제기됐다.
2012년 열린 서울세무사회장 선거에서 당시 정 회장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L세무사는 선거에 공식으로 출마하기 전 납세자 권익보호와 세제 및 세정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이날 받은 상은 세무사회 집행부에서의 추천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 회장이 선거 시작 전부터 L세무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L세무사는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고 2년 뒤에 다시 서울회장 선거에 도전하게 된다.
◆…"우리는 닮은 꼴" = 지난 4월1일자 세무사신문에 실린 B세무사의 인터뷰(사진 위)와 지난해 5월1일자 세무사신문에 실린 L세무사의 기고문(사진 아래). 후보등록을 코앞에 두고 실린 두 세무사의 3면에 걸친 기사는 정 회장이 특정후보를 밀어주고 있다는 의혹에 불씨를 제공했다.
제11대 서울세무사회 선거에서도 특정후보 밀어주기 의혹이 나왔다. 세무사신문은 후보등록을 앞둔 5월1일 L세무사의 기고문을 3면에 걸쳐 게재하며 '이름 알리기'에 열을 올렸다.
당시에도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L세무사가 세무업계 발전에 기여한 면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선거를 코앞에 둔 시기 본회의 행태는 노골적인 밀어주기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특히 지난해 서울회장 선거 과정에서는 아예 자신과 반대편에 서 있는 후보자에 불리하게끔 선거 진행 도중 선거관리규정을 개정해 버리는(2014년 5월23일 조세일보 '무대포' 세무사회, "진행 중인 '선거규정' 뜯어고쳤다" 기사 참고)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감행, 비난여론을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골적 밀어주기에도 불구, L세무사는 또 다시 낙선하며 체면을 구겼다.
세무사 업계에서는 더이상 이런 식의 선거가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게 형성되고 있다. 선거에 있어서 '중립'을 엄정히 지켜야 할 본회장이 균형감을 잃고 내 사람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대내외적으로 세무사회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어떤 선거나 공정해야 된다. 특히 세무사회장 선거는 1만여명의 유권자를 가지고 있는 대규모 선거"라며 "특정후보 밀어주기는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의혹조차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정 회장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굳이 포도나무 밑에서 갓끈 고칠 필요가 있나. 정 회장이 밀어주는 후보와 상대 후보가 또 친(親)정구정, 반(反)정구정이라는 진영논리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것을 바라는 회원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