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빅4, 실적호전에도 속타는 구조조정

빅4, 1분기 9600억원 이익…전분기 대비 2조원 증가

매출은 36조에서 27조로 25% 급감...이익나도 불안 

지난 1분기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 빅4는 실로 오랜만에 큰 이익을 냈지만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다.

지난 연말 회사마다 수천억원의 손실을 냈던 정유사들은 올해 1분기 유가상승에 힘입어 단 한 분기만에 수천억원씩의 이익을 내면서 유래없는 이익증가세를 기록했다.

게다가 6월까지 유가가 계속 상승해 증권가에서는 올 2분기에 더 많은 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유사들의 행보를 보면 이익에 환호하기는 커녕 오히려 직원과 조직을 정리하고 직영 주유소를 매각하는 구조조정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그동안 안하던 새로운 사업에 뛰어드는 등 적자에 허덕이던 지난해 보다 더욱 강도높은 경영개선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정유사의 행보에 대해 이익 상승이 경기회복이 아니라 유가상승때문이어서 고삐를 늦출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유가상승으로 이익이 났지만 국제유가에 영향을 주는 중동, 러시아 등 산유국의 정치상황과 미국의 셰일가스 동향이 불안정해 유가가 언제 다시 하락세로 전환될지 모르기때문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제유가 움직임이 6월들어 소폭하락세를 보이며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원유를 매입하고 판매하는데 3~6개월 시차가 나기때문에 유가의 고저보다 상승세와 하락세 등 변동추이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유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아도 감소세로 돌아선다면 다시 어려워 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런 유가의 변동에 영향을 덜 받으려면 경기가 회복돼 시장수요 자체가 늘어야 되는데 세계 경기상황에 대한 전망이 결코 밝지 않다는 것이 정유사들의 고민이다. 

실제로 이익은 작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지만 회사별 매출실적을 작년과 비교해보면, SK이노베이션은 29%  감소했고, GS칼텍스는 37%, S-OIL은 42%, 현대오일뱅크는 44%나 하락했다.

이렇게 매출이 줄었는데 유가마저 상승을 멈추거나 하락한다면 줄어든 매출이상으로 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 작년의 악몽이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유사들이 1분기에 큰 이익을 실현하고 2분기 더 큰 이익이 전망되고 있는데도 애가 타는 이유이다.

■ 인원정리, 자산매각, 신사업 발굴…구조조정ㆍ경영개선 박차

지난해 혹독한 경험을 한 정유사들은 이렇게 불안한 유가에 대비하기 위해 올들어 더욱 강력한 구조조정과 경영개선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상반기의 유가 상승세로 실적이 좋아진 것을 '골든타임'으로 여기고 구조조정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각오다.

Sk이노베이션은 그룹내 구조조정 전문가인 정철길 사장을 사령탑으로 SK루브리컨츠, 페루 가스수송법인, 포항물류센터, 인천 유휴지 등 비핵심사업 매각, 에너지 저장장치사업 축소, 명예퇴직 실시 등 조직슬림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다른 한편으로 수익력 확보를 위해 북미 석유광구를 확대해 셰일가스 전문화를 서두르는 등 선택과 집중에 미래의 사운을 걸고 있다.

GS칼텍스도 220개의 직영주유소를 절반 가깝게 줄이는 등 몸집을 가볍게 하는 한편, 아랍에미리트의 석유 조광권을 사들여 광구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를 통해 유가변동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생산원가를 줄여 수익성을 높이면서 직접 원유를 매각해 현금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S-OIL은 비용절감과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능력을 증대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이를 위해 울산공장 시설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올 2월부터 2017년까지 2000 억원을 투자해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CFT라는 원가절감 조직을 설치하고 비용축소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원가에서 93%를 차지하는 원유를 한푼이라도 싸게 사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원유 트레이딩 전문가들이 모여 국제석유시장분석, 유종다변화 등을 통해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르는 유가하락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