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ID'…무늬만 '가짜양주 해결사', 현실은...

양주(위스키)의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RFID(전자태그) 부착이 의무화됐지만 정작 현장에서의 진품 확인이 어려워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강남의 한 유흥업소를 둘러싸고 불거진 가짜양주 사건 역시 양주에 부착된 RFID를 확인했으면 양주의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겠지만 소비자들이 외관만 보고 진품이라고 생각한 것이 화근이었다.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는 가짜양주 등을 근절해 주류 유통질서를 확립하고 세원 확보를 위해 국세청이 지난 2012년 10월 전면시행한 제도로 제조사는 반드시 제품에 RFID를 부착해야 한다.

또한 유흥업소는 RFID의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리더기를 반드시 비치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시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RFID 리더기를 양주 뚜껑 부위에 가까이 갖다대면 제품명과 용도, 제조일자, 진품여부 등이 조회된다. 조회방법은 업소에 비치된 리더기와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로 연결시킨 다음 스마트폰에 '주류진품서비스' 혹은 '위스키 진품확인' 등의 앱을 다운받아 리더기로 조회한 RFID의 정보를 확인하면 된다.

현재 기술로는 RFID 내부에 있는 전자칩 정보의 위·변조가 불가능해 양주의 진품 여부를 확인하기 좋은 제도이지만 문제는 실제 현장에서 이를 조회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 RFID 부착했어도 가짜양주 판친다고? = 대부분의 사람들은 RFID가 소용이 없는 것 아니냐고 입을 모은다. 양주를 마시다보면 RFID가 부착되어 있더라도 맛이 이상한 경우가 종종 있어 RFID도 위·변조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과 양주 제조사는 "절대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위조했다면 외관만 그럴듯하게 했을 것"이라고 못을 박고 있다. 실제 국세청에서는 "RFID가 도입된 이후 가짜양주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가짜양주 신고가 300건이 들어온다면 그 중 가짜양주로 판명난 경우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RFID가 소용없다는 시중에서의 오해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런 오해가 계속해서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RFID를 조회하는 것 자체가 번거롭기 때문.

RFID는 개인이 쉽게 조회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업소에 비치된 리더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리더기 조회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업소 종업원들이나 주인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울러 유흥업소의 특성상 접대를 하거나 접대를 받는 입장에서 양주의 진품 여부를 확인해보겠다며 RFID 리더기를 요구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아 실제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매우 드문 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결국, 사람들은 양주에 부착된 RFID 외관만 보고 진품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특히 RFID의 조회 기능이 리더기만 갖다대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RFID의 효용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RFID는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시킨 뒤 앱을 다운받아 조회하는데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어 RFID 조회를 요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A씨는 "최근 업소에서 양주를 마시다 맛이 이상해 종업원에게 항의한 일이 있었다. 종업원은 RFID가 부착되어 있다며 가짜가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본인도 술을 마셔본 후 맛이 이상하다고 인정했다"며 "기분은 나빴지만 괜한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그냥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슶성(?)을 악용한 사례가 최근 불거졌던 강남 유흥업소의 가짜양주 사건이다. 조선족 3명은 마시다 남은 양주에 저가 양주를 섞어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가짜양주 5400여병을 진짜 양주와 바꿔치기 했다.

뚜껑은 감쪽같이 열처리 하고 RFID도 그럴싸하게 위조해 소비자들을 속인 것이다.

□ 어려운 RFID 조회, 딴 방법없나? = 개인이 소지한 휴대폰으로 양주의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업소에 비치된 리더기를 이용하는 방법 뿐이다.

SK텔레콤 일부 휴대폰에서는 RFID 유심칩을 구매하면 조회가 가능하기도 하지만 5만원이나 되는 가격 때문에 개인이 이를 구매하기도 쉽지 않다.

더구나 RFID 리더기가 비치된 유흥업소가 아닌 대형마트나 주류판매처에서 양주를 구매한 개인의 경우에는 이를 조회할 방법이 전혀 없다.

현재는 유흥업소만이 리더기를 비치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제조사들은 RFID 조회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요즘 스마트폰이라면 대부분 다 탑재된 NFC(근거리무선통신)태그 기능을 활용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세청 입장에서는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RFID 제도를 도입할 당시 국세청은 여러 방법을 강구하던 중 통신사에 NFC 태그 기능을 활용하는 방법을 타진해봤지만 당시에는 NFC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통신사에서 이를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세청은 RFID를 도입했고 제조사들과 유흥업소도 의무적으로 RFID를 부착하고 리더기를 비치한 상황에서 이제와서 NFC를 도입하기에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RFID를 조회하기 어렵다는 말은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서 이미 알고 있지만 예산 문제가 걸려 있어 NFC로 교체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며 "NFC를 비롯해 다른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