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를 임플란트 대용으로 활용한다? … 제대로 알고 관리해야

사랑니는 만 16세 이후에 어금니 맨 뒤 쪽에 나오는 치아다. 제일 마지막에 나온다고 해서 ‘막니’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지적으로 성숙해지고 인간다움이 형성될 때 생긴다 하며 ‘wisdom teeth’로 불린다. 이를 지치(智齒)로 번역해 부르기도 한다. 학술적으로는 세번째 대구치(어금니), 즉 제삼 대구치(the third molar)이다. 왜 사랑니라고 불릴까요? 흔히 사랑을 알 때 나오는 치아여서 이렇게 불린다고 한다.
 
사랑니는 여러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대개 발치한다. 뼈 속에 깊이 묻혀 있는 경우가 많아 외과적 수술을 통해 발치해야 할 경우가 많다. 과거에 치과기술이 발달되지 않았을 때 사랑니 옆 치아가 썩어서 없어지면 사랑니가 옆쪽으로 이동해서 부분적으로 없어진 어금니 역할을 대신 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도 치과기술이 잘 발달하지 못한 나라에서, 치과치료를 받기 어려운 사람에서 이같은 일이 종종 나타난다. 과거에는 치아가 결손돼도 임플란트가 없어 사랑니를 이용해 보철에 도움을 얻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을 제외하면 사랑니는 정상적으로 역할을 하기 어렵거나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수의 경우 사랑니가 정상적으로 똑바로 나와 다른 어금니와 같은 기능을 하는 사람이 있으나, 턱이 점점 작아지면서 빈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결론적으로 사랑니는 기능이 점점 퇴화되고 있는 추세로 보인다.
 
사랑니는 왜 문제가 되고, 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제일 흔한 게 염증이나 감염이다. 충치도 빼놓을 수 없다. 음식물이 사랑니 주변에 쌓이고 청소가 잘 안돼 누적되면서 생기는 문제들이다. 사랑니의 위치나 잇몸 위로 올라오는 각도가 이같은 문제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이런 문제가 없다면 굳이 사랑니를 미리 발치할 필요가 없다. 예방적인 사랑니 발치에 대해 치과의사마다 견해가 다른데 사랑니는 무조건 뽑아야 한다는 견해는 잘못된 것이다.
 
사랑니를 발치할 때 위험한 일은 사랑니 뿌리 가까이 지나는 신경이 다칠 수 있는 점이다. 이 신경은 ‘하치조신경’으로 불리는데 제5뇌신경의 가지 중 하나로 아래턱과 아래 치아, 아래 입술의 감각을 담당한다. 만약 하치조신경이 치명적으로 손상받으면 이 신경이 분포하는 곳의 감각은 마비되며 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밖에 골수염, 골절, 인접 치아 파절, 혀신경 손상, 치근 잔존 등이 나타날 확률은 낮지 않다.

합병증 없이 사랑니 발치수술이 잘 되더라도 수술 부위가 나을 때까지 많이 아프다. 따라서 사랑니는 꼭 필요할 때, 경험이 풍부하고 실력 있는 치과의사에게 맡겨서 발치수술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사랑니가 말썽을 일으키지 않고 가만히만 있어 준다면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식사할 때 도움을 주는 일은 특별히 많지 않다. 그러나 운이 좋은 케이스도 있다. 사랑니를 뽑지 않고 잘 두고 있다보면, 뜻밖에 사랑니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랑니 옆쪽의 어금니가 여러가지 이유로 상실되는데, 충치로 발치된 경우가 가장 많다. 이 때 없어진 어금니 부위로 임플란트 대신 사랑니를 이식할 수 있다.

이렇게 성공하면 임플란트보다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임플란트는 생명력이 없는 인공재료 구성체일 뿐 살아있는 조직이 아니지만 이식된 사랑니는 살아 있는 치주조직으로 뼈에 연결돼 자연치와 동일하게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니 이식 후에는 신경치료를 받고 크라운을 씌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점을 제외하면 사랑니는 다른 어금니와 동일하게 간주될 수 있다. 

이같은 시술은 항상 가능한 것이 아니기에 치과의사가 검사 후 결정이 이뤄진다. 대개 사랑니 이식이 성공하려면 이식될 부위의 뼈 모양이 사랑니 뿌리 모양과 비슷해야 한다.

사랑니 뿌리가 아직 완성되지 않고 성장 중인 청소년은 앞어금니가 썩어 발치할 때 성장 중인 사랑니를 이식하면, 이식된 부위에서 치아 뿌리가 계속 자라며 완벽하게 본인의 어금니를 대신하게 된다. 이때 신경치료 및 크라운치료가 불필요한 경우도 드물게 있다.

사랑니 이식 시술이 적용되는 사람은 운이 좋은 경우다. 사랑니에 문제가 있는데도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치아가 나타날 상황을 대비해 굳이 안 뽑고 남겨 놓을 수는 없다.
 
한국에선 사랑니수술이 국민건강보험 적용 대상이다. 비급여 치료에 비해 치료비 부담이 낮은 편이다. 이같은 이유로 일부 개인 치과의사는 사랑니수술을 기피하기도 한다. 수술 부담은 크고 수술 후 환자의 불만은 많은데, 굳이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사명감만 갖고 발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니 발치는 수술이다. 따라서 임플란트 잘 하는 치과의사가 사랑니 발치도 잘 한다. 물론 임플란트는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많은 치과의사들이 기꺼이 맡아서 하려고 한다. 치료비 때문에 어떤 치료는 선호되고 어떤 치료는 그렇지 못한 점은 사실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환자와 치과의사가 서로 믿고 감사하는 신뢰의 관계라면, 이런 비용적인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치료의 의미와 과정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