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대리인 비리에 대한 국세청장의 발언, 국세청의 징계강화 방침에 이어 2015년 세법개정안에서도 비리에 연루된 세무사를 옥죄기 위한 법(세무사법) 개정안이 포함된 가운데 세무사들이 공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세무사회는 별다른 대책 및 입장을 내놓지 못한 채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금품 살포 등 '비리'를 저질러 퇴출 조치된 세무사들의 현업복귀 제한기간을 크게 늘리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이 정부(기획재정부) 주도하에 추진될 예정인 가운데 세무사들은 정부의 방침에 '과도한 처사'라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세무사 징계양정규정 개정 등을 통한 다각도의 채널로 세무사들의 과중한 징계를 막겠다고 선언한 현 세무사회 집행부는 꿀먹은 벙어리마냥, 일언반구 입장 표명이 없다.
세무사회는 내부적으로 정부의 세무사법 개정 추진과 관련해 일부 자극적인 자구 수정건의를 제외하고는 큰 이견을 제기하지 않을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시대흐름에 편승한 정부의 정책방향에 무턱대고(?) 태클을 걸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6일 발표된 2015년 세법개정안에는 내년부터 세무사(또는 관세사)가 금품수수·중개·횡령 등으로 제명 또는 등록취소 징계처분이 됐을 때 재등록 제한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린다는 세무사법(또는 관세사법) 개정안이 포함됐다.
하지만 지난 5월과 7월 임환수 국세청장의 강성 발언(금품 제공 세무사 징계 강화 추진 등)에 이어 실제 세법개정까지 추진되는 등 '2연타'를 맞은 세무사 업계는 정부의 이 같은 행보에 얼굴을 붉히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세무사들의 징계를 강화하는 이번 세법개정안은 국세청 측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세무사 때리기'가 연일 터져나오고 있는데 너무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무사는 "세무사회와 국세청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다"라며 "세무사회 차원에서 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세무사들의 원성이 높지만 정작 공식 '대응창구'인 세무사회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태클을 걸고 나서기 애매하다는 입장이다.
비리를 저지른 세무사회원을 무작정 보호하자는 주장만 내놓기도 힘들 뿐더러 이미 공인회계사들도 유사한 경우 5년의 재등록 제한기간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에 '반박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자극적 문구 수정 요청 등 소극적 대처밖에는 현실적으로 내놓을 카드가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13일 세무사회의 한 관계자는 "비리를 저지르는 세무사를 세무사회가 감싸주기도 힘들다"며 "현행 공인회계사법에도 재등록 제한기한이 5년으로 되어있는만큼 그것보다 짧은 기한을 고집할 명분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개정안에 등장하는 '금품수수' '향응' 등의 표현이 좋지 않아 이 부분을 수정하자고 건의할 예정"이라며 "국회에 제출되기까지 시간이 있으니 그 전까지 충분한 검토 후 건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