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는 수수료 수익 '짭짤'… 믿었던 투자자는 '손실'
삼성증권이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으로 상반기 큰 수익을 올린 뒤 중국시장이 폭락하자 은근슬쩍 발을 빼 투자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투자자들은 "삼성증권을 믿고 투자했는데 증권사가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챙긴 반면 투자자들은 주가 급락에 미처 손을 쓰지 못해 손실을 입게됐다"고 불평하고 있다.
이 회사가 특정국가의 주식이나 펀드 등을 집중적으로 판매했으나 급락세를 보여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성증권은 지난 2007년부터 워터펀드, 일본펀드, 자문형 랩어카운트, 브라질국채 등 1개의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힌 후 비중 축소 권고로 마무리하는 사례가 많아 특정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마케팅의 위험성을 드러내고 있다.
□ 삼성증권, 후강퉁 '대박론' 3개월 만에 '비중 축소'로 급선회
후강퉁 시대의 개막으로 최대 수혜를 본 국내 증권사는 삼성증권이다. 지난해 11월 17일 후강퉁이 시작된 이후부터 올 상반기까지 후강퉁 부문에서 국내 거래 실적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선두의 입지를 굳혔다.
삼성증권은 지난 3월 중국 본토 최대 증권사인 중신증권(CITIC)과 지난 3월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으며 후강퉁 2위 증권사인 유안타증권을 비롯한 다른 증권사와 큰 격차를 벌려 나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은 고객 포트폴리오에 후강퉁 관련 주식·펀드를 필수적으로 넣었고,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자산가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후강퉁 IR을 개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1분기 삼성증권의 분기순이익은 785억원으로 전분기 458억원 대비 171.4% 늘었으며 이 중 해외주식거래 중개수수료 이익은 102억원으로 전년 동기 4억원 대비 25배 늘어났다.
그러던 삼성증권은 불과 5개월만인 지난 4월부터 고객 포트폴리오에서 후강퉁 비중을 줄이며 발을 빼기 시작했다.
삼성증권은 고객들에게 전체 자산의 30%에서 20% 이내로 중국 주식 비중을 줄일 것을 안내한데 이어 6월 12일 상해종합지수가 5122포인트를 찍은 이후 고객 포트폴리오에서 후강퉁 매수 비중을 본격적으로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삼성증권 측이 "최근 중국증시 조정 신호가 나왔지만 장기적으로 대단히 유망한 시장"이라고 강조하던 태도에서 급선회 한 것.
7월 들어 시장 변동성이 더 확대되자 20%에서 10%로 중국 주식 자산편입 추천 비중을 재차 낮췄다. 상해종합지수는 작년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90% 넘는 랠리를 보이다 6월부터 두 달간 21% 넘게 급락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후강퉁 시행 이후 첫 5개월간 1조2715억원의 순매수를 보인 후 4월부터 7월까지 최근 3개월 동안 533억원 순매도를 보여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고점에 투자해 평가손 상태에 머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중국 증시가 과열됨에 따라 4월 말부터 고객들에게 비중 축소 안내를 해왔다"며 "임원부터 고객을 직접 만나는 PB까지 여러 회사 관계자들이 중국 주식시장 변동성에 대한 위험을 고객들에게 고지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삼성증권의 투자 전략을 믿고 중국 투자에 뛰어들었던 한 투자자는 "대박론을 부르짖을 때는 언제고 이제 와 다른 소리를 하느냐"며 "2월에 진입했다가 7월 말에 매도를 권고해 33% 이상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 브라질국채-자문형랩-워터펀드-일본펀드로 이어지는 '집중투자'의 역사
삼성증권이 한가지 상품을 집중 판매한 후 투자자들에게 손실폭을 안겨준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2011년 삼성증권은 연 10%대 고금리와 비과세 혜택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브라질국채 판매에 열을 올렸다. 당시 7조원 가량의 브라질 국채가 개인투자자에 팔렸고 이중 2조원 가량이 삼성증권 수탁고로 들어와 타 증권사에 비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을 보이자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 직전까지 떨어졌고 헤알화 가치가 12년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 치는 등 총체적인 난국에 빠지면서 투자자들의 손실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달러 대비 헤알화 가치는 올 들어 23% 넘게 떨어졌다.
국채는 10년 이상의 장기물이 많은 만큼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고 환매를 하거나 장기간 이후 브라질의 경제 상황이 좋아지길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브라질 국채 파동으로 인해 삼성증권을 이용한 투자자들이 본 피해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브라질국채는 2011년 이후 2조원 규모가 팔려 현재까지 남아있다"며 "포트폴리오에서 '과다 보유' 고객들에게 비중 축소를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헤알화 폭락으로 저점 매수 타이밍을 잡아 새롭게 브라질 국채를 판매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 신한금융투자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 놓였다.
삼성증권은 2010년 4월 최초 설정된 자문형 랩어카운트도 '몰아치기식' 판매로 2011년 8월 말까지 계약건수 약 11만건, 7조6760억원의 투자금을 쓸어 모았다. 하지만 2012년말 기준 계약건수는 5만8974건, 투자자산 3조9846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삼성증권측은 "하지만 최근 고객 전체 자산 비중이 소폭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삼성글로벌워터펀드'는 삼성증권이 2007년 4월 12일 최초 설정 이후 집중 판매해 2007년 8월 1조1000억원까지 수탁고가 급증했다. 이 상품은 삼성증권만 약 1조원 규모로 판매한 상품이다.
하지만 2007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워터펀드의 수익률은 급락했다. 수익률은 설정 이후 1년 -45.9%, 2년 -32.3%를 기록했고, 수탁고도 꾸준히 줄어 18일 기준 약280억원 규모만 남아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워터펀드는 설정 이후 대부분의 투자자가 초반에 손실을 보고 환매했다"며 "2012년 기준 수탁고가 1100억으로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2012년 삼성그룹은 삼성증권·삼성자산운용의 대표적 실패펀드로 워터펀드를 지목한 바 있다.
일본에 투자하는 '삼성노무라일본펀드'(舊 삼성당신을위한N재팬펀드)도 흑역사의 한 획을 긋고 있다. 이 펀드는 2007년 2월26일 최초 설정 이후 일본주식형펀드 중 최고 수준인 1조5000억원까지 수탁고가 늘어났다. 당시 삼성증권은 일본 노무라증권과 전략적 제휴관계로 프로모션을 통한 대규모 판매를 진행했고, 2000~3000억원 규모로 판매됐다.
그러나 수익률은 설정 이후 1년 -16%, 2년 -39%, 3년 -54%로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대부분의 국내외 펀드가 회복세를 보인 반면 일본펀드는 장기간 수익률이 저조해 투자자들의 환매가 이어졌다. 그 결과 작년말 기준 수탁고는 5분의 1수준인 3000억원으로 줄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