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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일 전 현대기업금융 회장이 자신이 갚아야 할 빚을 현대중공업 등 다른 회사에서 대신 갚자 이 채무 면제를 증여로 보고 과세한 당국과의 조세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김정숙 부장판사)는 최근 정 전 회장이 성북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정 전 회장이 법인주주들과의 사이에 채무에 관해 분담비율을 정하고도, 처음부터 분담비율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며 정 전 회장에게 패소 판결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지난 1999년 현대종합금융, 강원은행, 조흥은행 등 3개 금융기관은 1차로 강원은행이 현대종합금융을 합병하고, 2차로 조흥은행이 강원은행을 합병하기로 합의했다.
정 전 회장은 현대종합금융의 주식 231만주를 보유하고 있던 주주로서, 강원은행과 현대종합금융의 합병에 따라 강원은행 주식 1244만주를 교부받았고, 다시 강원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 대가로 조흥은행 주식 1229만주를 교부받았다.
현대종합금융을 흡수합병한 강원은행은 현대종합금융이 합병시 면제받은 농어촌특별세 788억원의 납부의무를 승계했다.
마찬가지로 현대종합금융의 주주였다가 정 전 회장과 동일한 방식으로 강원은행의 주주가 된 현대캐피탈,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현대자동차 등 법인주주들은 정 전 회장과 함께 1999년 농어촌특별세 보전합의서를 작성해 조흥은행에 농어촌특별세와 관련 이자를 연대해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그 후 2차 약정에서는 정 전 회장을 제외한 법인주주들만 합의서를 작성해 조흥은행에 대한 채무를 분담하기로 약정했다.
과세당국은 1999년 강원은행에 대해 현대종합금융의 청산소득에 대한 농어촌특별세 및 가산세 합계 867억원을 내도록 했고, 조흥은행은 합병존속법인으로서 이를 선납했으며, 현대캐피탈, 현대중공업 등 법인주주들은 2000년 및 2001년에 조흥은행에 선납 금액 및 그 이자를 지급했다.
과세당국은 정 전 회장에 대한 증여세 세무조사를 실시한 후 법인주주들이 농어촌특별세 분담금을 대신 내준 것은 채무를 면제해 준 것으로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인 6억9000만원을 증여세로 고지했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은 "1차 약정에서는 강원은행의 주주였던 자신과 법인주주들이 농어촌특별세에 대해 연대해 조흥은행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에 불과해 구체적인 분담비율을 정한 것이 없다"고 맞섰다.
그는 "2차 약정은 자신을 연대체무자에서 제외시키고 법인주주들만 주식보유비율에 따라 채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한 것인바 자신은 처음부터 조흥은행에 대한 채무에 대해 분담비율이 없었으므로, 법인주주들이 자신에게 구상금 채권을 가진 적이 없고 자신의 채무를 면제해 줄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행정법원 재판부는 "정 전 회장과 법인주주들이 한 1차 약정이 당사자 사이의 분담비율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는 않았지만 약정서에 '1차 약정을 모두 이행할 경우 조흥은행은 강원은행의 다른 주주들에 대한 권리를 정 전 회장과 법인주주들에게 그 지분비율에 따라 모두 양도하기로 한다'고 규정해 채무에 대한 부담비율 역시 강원은행의 주식 보유 비율에 따라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차 약정은 정 전 회장과 법인주주들 사이에 조흥은행에 대한 채무에 대해 분담비율을 정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정 전 회장의 청구 주장을 이유 없다고 배척했다.
한편 정몽일 전 현대기업금융 회장은 지난 5월 현대중공업이 현대기업금융, 현대기술투자, 현대선물 등 금융관련 3개사에 대한 재편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그룹의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자진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 판례 : 2015구합54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