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국세청에 송무국이 신설된 지 반년이 되었다. 종전 송무1, 2과가 국으로 승격되어 90명을 거느린 큰 조직이다. 신설된 송무국은 외부에서 영입한 대법원 조세 재판연구관 출신의 국장을 비롯하여 그 구성원 중 변호사만도 10인이 넘는다고 한다.
그동안 무엇이 달라졌을까? 임환수 국세청장은 송무국 신설 발대식에서 조세소송은 “제2의 세무조사”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국세 세수의 목표액 미달이 거듭되고 있는 현실에서 세수확보 못지않게 확보된 세수지키기가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매년 국세청의 조세소송 패소율이 도마 위에 오른다. 물론 패소율이 높다거나 패소금액의 비율이 높다고 국세청을 질타한다. 조세소송은 납세자가 억울한 세금부과에 대하여 사법적 판단을 구하여 구제받을 수 있는 헌법상의 권리이다.
가령 국세청의 패소율이 0에 가깝다면 칭찬할만한 조세행정인가? 그렇지 않다.
세무공무원이 과세할만한 사안도 회피하여 확실한 것만 과세하였다거나 아니면 법원이 권리구제를 소홀히 하여 소송제도 자체를 무력화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통계에 따른 조세소송의 승패소율만 가지고 조세행정의 질을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이번 서울지방국세청의 송무국 신설은 매번 국회에서 단골로 두드려 맞는 조세소송의 승소율 문제를 다른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패소의 원인분석은 제쳐두고 통계수치만을 가지고 으름장을 놓은 구태가 반복되었다.
거대 송무국 신설 이후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는 질책도 나왔다. 소송절차에서 성공률 높이기가 단기간에 이루어질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종전에는 조세소송을 관할 세무서장이 소속 직원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하여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원고의 공격에 거의 대응하지 못하였다. 소송수행자는 모두가 기피하던 업무였다. 소송 문외한인 세무공무원이 첫 법정에서 재판장의 “서증 인부하세요”라는 뜻을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였다.
그 후 소송수행을 전담하는 지방국세청 법무과가 발족되어 체계적 대응이 가능하게 되었으나 이 번 송무국의 신설은 20여년만의 또 하나의 큰 변화이다.
그렇다면 원고가 되는 납세자측은 어떠한가? 송무국 발족 이후 벌써 국세청의 대응이 달라지고 있다. 서면이 체계적이고 탄탄해졌다. 방어도 공격 못지않게 치열하다. 마지막까지 쌍방의 참고서면 제출 등 공방이 계속된다.
이제 원고 측이나 재판부의 부담은 종전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납세자는 어설피 소송에 나섰다가는 국세청의 달라진 방어막을 뚫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납세자는 상대방에 못지 않은 전문가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여야 대등한 무기로 싸울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국 조세소송은 양 당사자 모두 조세전문가의 몫이 될 것이다.
이는 좀더 조세법 해석이 정교하여지고 조세법 입법의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인 면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다만 전문가를 활용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납세자의 소송권을 보호하여 주는 장치를 마련하여 주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이다.
물론 현재 국세 이의신청, 심사청구에서 무료 국선대리인제도가 법제화되었고 조세심판에도 내규로 도입되었다. 그렇지만 세무조사 과정에서 억울함을 미리 살펴주는 것이 더 필요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앞으로의 송무국의 활동과 그에 대한 납세자의 대응이 어떻게 전개되어 갈지 흥미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