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은 아직도 일반에게 낮선 용어이다. 중소기업도 아니고 대기업집단도 아닌 중간 쯤 되는 기업을 일컫는 말이라고 짐작할 수는 있을 것이다.
급변하는 경제환경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구조, 일자리 창출의 터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히든챔피언, 강소기업이라는 용어가 오히려 국민들에 익숙하다.
일찍이 중규모 기업들의 모임인 사단법인 중견기업연합회가 발족하여 활동하여 왔지만 아무런 법적 뒷받침이 없는 친목단체에 머물렀다. 우리 법전에 중견기업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된 것은 2010년 산업발전법에서부터이다.
법률적으로 지위를 부여받았지만 권리의무에 대한 규정이 관련법에 반영되지 않았다. 2014년에 이르러서야 한시법인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조세, 금융 등의 지원이 규정되고 중견기업연합회는 법정단체로서 승격되어 활동하게 되었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의 범위를 벗어나고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소속되지 않는 기업군이다. 현행법 상 자산총액이 5억원이 넘으면 중소기업을 졸업하게 된다.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중소기업 유예기간의 혜택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끝나면 조세감면의 혜택과 금융상의 지원 없이 대기업과 동일한 선상에서 경쟁하여야 한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의 틀 속에서 안주하기 위하여 기업을 분할하거나 일부러 키우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피터팬 증후군이라고 불렀다.
이제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기업성장의 가교를 만들겠다는 것이 위 특별법의 제정취지이다. 2013년 말 기준 중견기업 수는 3846개, 고용인력 116.1만 명(총 고용인력의 9.7%), 수출액 876.9억 달러(총 수출액의 15.7%), 매출액 629.4조원이다. 중견기업 중에는 글로벌 강소기업이 많다. 성공한 젊은 창업자들도 많다. 중견기업이 잘 성장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구조와 경쟁력을 튼튼히 하는 길이다.
수많은 청년 구직자들도 대기업에만 매달리지 말고 눈을 돌려 과감하게 성장성이 높은 중견기업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중견기업의 앞길은 아직 순탄하지 않는 것 같다. 우선 이번 국감에서 조세지원의 미흡함이 지적되었다.
납부된 세액비중은 3분의1이면서도 감면혜택은 4분의1도 못 건졌다는 것이다. 예컨대 중견기업이 100억원의 세금에 9.9억원의 감면을 받게 되는 반면, 대기업집단은 57억원, 중소기업은 25.5억원의 감면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최상위 기업 또는 하위 기업에 조세혜택이 집중되어 중견기업으로 돌아갈 몫이 적어진 탓이라고 한다.
특별법 시행 이전 3년 동안 217개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으로 회귀하였다는 통계도 있다. 특별법의 취지에 따라 조세, 금융관련법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한편 많은 중견기업의 과제인 기업승계에 대한 세제지원 문제 역시 쉽지 않다.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여전한 가운데 기업승계에 대한 상속, 증여공제액이 500억까지 상향되었고, 사후관리 요건도 일부 완화되었지만 향후 당사자들에게는 고용이나 업종지속 요건 등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세금의 덧에 갇힐 위험이 적지 않다.
외국 법제를 거울삼아 정치적 힘이나 사회적 정서에 휘둘리지 않는 균형 있는 조세입법과 행정이 절실하다. 이번에 법정단체화된 중견기업연합회도 아직 경제4단체라는 기존 체제에 끼어들기 쉽지 않는 모양이다. 특히 종전 한 뿌리였던 중소기업중앙회와의 관계 설정도 과제이다.
지방조직도 상공회의소와 갈등이 잠복하여 있다. 감독기관으로는 모두 중소기업청이나 특별법 입법추진 시에도 나타났듯이 자칫하면 조직 간의 영역다툼으로 번질 수 있다.
법제를 더 가다듬어 실질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중소기업에의 회귀를 막고 이해집단과의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하여 나가는 것이 중견기업 자리잡기의 핵심이다. 중견기업이 튼실하게 되는 것은 중산층이 확고하게 떠받치는 안정된 사회구조를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