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원짜리 벤틀리와 6억짜리 롤스로이스가 업무용 차?”, “고가 차량에 대한 무분별한 세제혜택으로 세금이 새고 있다”, “람보르기니, 포르셰 등 고급 외제차를 회삿돈으로 리스해 개인용도로 사용”, “벤틀리·페라리로 고의 추돌 사고를 내 물의를 일으킨 부부가 세무조사까지 받게 될 전망”
최근 고급 외제 승용차 관련 뉴스들을 심심찮게 접하게 된다. 해당 인터넷 기사에는 조세회피목적으로 초고가 외제 승용차를 회사 명의로 등록하는 자들의 부도덕함과 이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정부 및 과세당국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댓글이 달린다.
이러한 여론을 반영하듯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세법개정안을 마련했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경차, 승합차, 택시 등 영업용 차량을 제외한 승용차와 관련된 각종 비용(감가상각비, 임차·리스료 등)을 손비로 인정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임직원 전용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고 세무서에 해당 차량을 업무용으로 신고하는 경우에는 그 비용의 50%를 인정해 주고, 운행일지 등을 통해 추가적인 업무용 사용비율이 입증될 경우 해당비율만큼 인정해 준다.
다만, 일정규격 이상의 기업·사업자 로고를 부착한 승용차는 100% 비용을 인정받게 된다. 추가적으로 손비에서 제외된 비용은 해당 임직원의 소득으로 간주되어 소득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나아가 배기량이 낮아 오히려 가격이 저렴한 국산차에 비해 세금을 적게 내는 수입차를 겨냥해 차량의 가액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과세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도 있다.
위와 같은 세법 개정 움직임이 한·미 FTA와 한·EU FTA 협정문 중 “대한민국은 차종간 세율의 차이를 확대하기 위하여 차량 배기량에 기초한 새로운 조세를 채택하거나 기존의 조세를 수정할 수 없다”는 기존 조세 수정금지 조항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대해 업무용차량에 대해 국산차·수입차 무관하게 1대당 최대 3000만원까지만 경비로 인정하는 방안이나 배기량 3000cc 이상의 차량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경비로 인정하지 않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자동차와 세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자동차에 대한 구체적인 과세기준을 마련하여 시행해 왔다. 미국은 비업무용차동차를 사용하는 임직원에 대하여 추정 리스료, 마일리지당 효익 또는 출퇴근 횟수당 효익 등을 계량화하여 이를 기준으로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매월 차량가격의 1%를 비업무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이른바 '1% 규칙'을 도입하여 이를 기준으로 부가가치세 매입세액공제를 제한하고, 해당 임직원에 대하여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회사의 비업무용자동차 관련 비용을 손비에 산입하는지에 대하여는 각 국가별로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선진국에서는 이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며, 개발도상국가에서는 고가의 회사보유 차량에 대하여만 일정한 제약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와 관련된 세제를 보다 합리화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과세 형평성을 제고하고 세수를 확보하면서도 국내 자동차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면 더욱 그렇다.
다만 FTA 합의문을 준수하고 법적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세무공무원의 재량을 최소화하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기존의 세법과 상충되는 면이 있는지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 법인세법은 임직원에 대한 복리후생비를 손비로 인정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데 임직원이 복리후생 목적으로 사용한 차량에 대한 비용을 손비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일관성이 떨어진다.
당장의 국민정서나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국가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도, 국제법과 우리나라 세법의 원칙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포함하는 국격에 걸맞은 세법개정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