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자, 새누리당이 전가의 보도인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국정화 갈등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야권은 물론 여당 일각, 학계와 직접 현장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 학부모들까지 전방위적으로 반대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싸잡아 '북한 지령을 받은 사람들'로 규정하고 수사를 촉구하고 있어 '도 넘은 색깔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사진)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대남공작기관을 통해서 국내 친북단체와 개인들에게 국정화반대 총궐기투쟁을 지시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전날(28일) '문화일보'의 '북한의 국정교과서 총궐기 지령' 보도를 기정사실화 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건 묵과(할 수 없다"며 "북한의 대남공작기관은 현재 남조선은 국정화 반대 열기로 뒤덮였다는 식의 일반 대중운동단체 투쟁에 재야단체들의 적극적 동참을 표시해서 민중 총궐기투쟁을 더욱 높여나가야 한다는 설명도 들어가 있는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법당국은 이 문제를 조사해야 한다"며 "이런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도 가려내야 한다"고 공안당국의 수사를 촉구했다.
이어 "사실이라면 어느 친북단체가 이런 지령을 내렸고 이 지령을 받은 단체와 개인은 누구이며 역사교과서가 불거진 이후 이 단체들과 개인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사법당국의 적극적인 수사가 있어야한다"고 거듭 수사를 요구했다.
서 최고위원은 재차 "남남갈등을 조성하는 북한의 이런 지령을 차단 할 의무가 사법당국에 있다"고 말했다.
전날 문화일보는 익명의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국내외 친북단체에 국정화 반대 총력 투쟁 지령을 내렸다'고 1면 보도했다.
이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 보도를 인용하며 국정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북한 지령을 받은 사람들'로 규정하고 정부 당국의 수사를 촉구했다.
특히 친박계 핵심인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바 있는 이정현 의원 역시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황교안 총리를 향해 "언젠가는 적화통일이 될 것이고, 북한체제로 통일이 될 것이고, 그들의 세상이 되게 됐을 때 남한 내에서 어린이들에게 미리 교육을 시키겠다는…(취지로 국정교과서 반대 세력이 이를 주장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새누리당의 '색깔론' 전환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두뇌의 정상화', '친박실성파'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이종걸 원내대표(사진)는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색깔론' 발언을 문제 삼으며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의 국정화 주장을 하는데 전 두뇌의 정상화가 정말 시급해 보인다고 생각한다"며 "친박실성파가 탄생했다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이 원내대표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화적떼 운운한지 얼마 안 되서 그 발언의 충격이 얼마 가시기도 전에 이 최고위원은 국회예결위장에서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분들에게 적화통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원내대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거나 절차상의 문제를 삼은) 정의화 국회의장,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남경필 경기도 지사 등은 어떻게 되는 거냐"며 "그분들을 공안당국에 신고해서 포상금이라도 받으려 하는 거 아니냐"고 힐난했다.
이어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을 보면서 과연 정상적 판단력을 가진 분들인가 의문"이라며 "그냥 친박이 아니라 친박실성파라고 부르고 싶다"고 거듭 맹비난했다.
이 원내대표는 논란이 되고 있는 교육부의 '국정화 비밀TF'와 관련, TF팀이 지난 25일 밤 야당 의원들이 현장 조사방문을 했을 당시 경찰에 신고한 녹취록이 발견된 것을 지적하며 “팀의 실체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신고자들은 자신들의 신분이나 하는 일 등을 밝히지 않고 활동 목적을 감추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디에도 정상적인 공무원 태스크포스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며 "은밀히 활동하다 떳떳치 못한 일을 하다 들킨 모습이었다"고 겨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