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어닝쇼크' 올해엔 대규모 이익…그 이유는?
원유가 하락비해 판매가 선방…정제마진 유지
원유가격이 하락하면 어닝쇼크를 겪던 정유업계가 지난 3분기에는 예상을 크게 웃도는 영업이익을 거둬 관심을 끌고 있다.
정유4사는 지난해 4분기 원유가 하락의 여파로 1조127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지난 3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가가 떨어졌는데 5948억원의 흑자를 나타내 주목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지난 3분기 합계 27.3조원의 매출과 594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전년동기에 비해 매출은 30%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3배나 증가한 실적을 냈다.
정유빅4 최근 3년 분기별 영업추이
자료 : 각사 분기보고서 및 공시 자료
업계1위인 SK이노베이션은 3639억원의 대규모 이익을 내며 정유사 전체 이익의 61%를 차지해 업계의 양호한 실적을 이끌었다.
GS칼텍스는 작년 3분기 144억원의 손실을 냈지만 올 3분기에는 1180억원의 큰 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고 S-OIL도 작년 3분기 396억원의 손실을 냈지만 올 3분기에는 124억원의 이익을 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3분기 100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2012년 2분기 이후 13분기 연속 이익을 실현하며 안정된 수익역량을 보였다.
하지만 4사의 매출은 모두 작년 3분기보다 크게 감소했다. 규모가 크고 사업이 다양한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그나마 25%, 28% 감소했지만 정유사업 비중이 큰 S-OIL과 현대오일뱅크는 두회사 모두 39% 매출이 감소해 외형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정유4사 3분기 매출 (조원) 정유4사 3분기 영업이익 (억원)
자료 : 각사 분기보고서 및 공시 자료
■ 원유가 29% 하락에 제품가는 4.3% 하락...정제마진 9달러대 유지
매출이 큰폭으로 줄고 이익은 큰 폭으로 늘면서 정유4사의 영업이익률은 작년 3분기 0.11%에서 올 3분기 2.2%로 크게 상승했다.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지난 2분기에는 무려 8.7%의 이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유업계에서는 이러한 영업이익률의 변화를 놓고 정유사의 수익구조가 좋아졌다거나 나빠졌다는 분석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유사들의 영업실적이 회사의 영업구조나 생산구조에 비해 원유가 변동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 유가가 한 분기만에 29% 급락하자 정유사들은 각각 수천억원씩, 모두 합쳐 1조1273억원의 손실을 내며 어닝쇼크를 겪었다.
그 반대로 지난 1분기와 2분기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에서 60달러로 오르자 정유사들은 한 분기만에 사상 최대의 이익으로 전환됐다.
3분기 원유가 및 제품가 추이
자료 : 한국석유공사
이때문에 올 3분기, 유가가 60달러대에서 다시 40달러대로 29%나 떨어지자 시장에서는 또 다시 걱정이 커졌었다.
그러나 지난 주 정유사들이 대규모 이익이 난 실적을 발표하자 시장에서는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며 놀라는 분위기다.
정유사들은 "유가는 하락했지만 정제마진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해 석유부문 수익성이 좋아지고 다른 사업부문도 호조를 보여 이익이 났다"고 설명했다.
즉, 유가는 하락했지만 원유가와 판매가의 하락폭이 차이를 보여 매출마진은 크게 줄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3분기 두바이유는 배럴당 63.7달러에서 45.1달러로 29.2% 떨어졌지만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는 1580원에서 1512원으로 4.3% 떨어지는데 그쳤다.
국내판매가격 외에도 정유사 수출실적의 척도가 되는 싱가프로 정제마진도 2분기 10달러대에서 9월 9.06달러로 유가 하락 추세에도 불구하고 일정수준의 마진을 유지했다.
이로 인해 지난 연말같은 어닝쇼크가 나타나지 않고 예상보다 큰 이익을 낸 것이다.
■ 수입선 다변화, 판매물량증가, 고도화 비중 등도 수익에 영향
이밖에도 올해 이익이 난 이유에 대해 정유사들은 시장다각화, 수입선 다변화 그리고 정제 고도화 등 정유사가 노력한 부분도 상당 몫을 차지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판매물량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판매처를 찾아 세계 곳곳을 두드리고, 중질유 분해 시설을 갖춰 정제과정을 고도화했으며 보다 싼 원유를 찾기 위해 중동에서 북해, 남미 등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그동안의 노력으로 시장가격 변동에도 이익을 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저유가로 수요촉발효과가 생겨 휘발유 수요가 중국은 3.3%, 미국은 24%나 증가하는 등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를 이용해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개발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곳으로 시장을 다변화해 판매물량을 더욱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10년가까이 5조원을 투자해 정유사중 최고의 중질유분해시설 건설을 마무리했다"며 "27만4천배럴에 달하는 중질유분해시설을 통해 원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그동안의 원가절감 노력을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도 "석유 제품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유 도입단가를 낮추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그간 중동지역에 머물렀던 원유 도입선을 북해와 남미 등으로 확장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석유중개상을 거치지 않고 산유국으로부터 원유를 직접 구매해 거래비용을 줄이는 노력도 병행했다"고 값싼 원유를 찾기위한 노력을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3분기를 지나면서 2016년에도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이 개선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공급과잉이 점차 해소되면서 정제마진이 안정화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그동안 정유사들의 시장다각화와 원가절감 노력으로 수익구조가 자리를 잡아 가격변화에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