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유철(왼쪽 세번째) 원내대표와 김정훈 정책위의장(왼쪽두번째),윤상직(가운데) 산업통상부장관 등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이 17일 서울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정기국회 주요 현안 긴급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정 "30일까지 여야 예산안 합의 안 되면 정부 수정안으로 통과"
새누리당과 정부가 노동개혁-경제활성화 법안과 한중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를 위해 야당이 요구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연계처리하는 방향으로 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17일 주요 현안 긴급 당정협의를 가진 정부여당은 '법안-예산안' 연계처리를 '당론'으로 못 박지 않았지만 예산안을 쥐고 야당을 압박해 주요 법안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정부여당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관련 오는 30일까지 야당과 협의를 이어가되 이날까지 여야 합의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정부여당의 수정안을 마련해 통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요법안과 예산안 연계로 야당을 압박하면서 이달 30일까지 합의가 안 될 경우 정부여당의 수정안으로 내달 2일 통과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국회 선진화법(국회법)에 따라 '예산안 자동 부의 제도'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예산안 자동 부의제도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각 상임위원회가 11월30일까지 내년도 예산안 및 세입예산안 부수법안 심사를 완료하지 못하더라도 12월 1일에 해당 안건들을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도록 해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12월2일까지 통과시킬 수 있도록 했다.
예산안 처리에 있어서 정부여당이 키를 쥐고 있는 셈이기 때문에 야당이 요구하는 예산이 반영되기 위해서는 예산안 협의와 함께 주요 법안 처리에 나서야 한다. 만일 응하지 않는다면, 야당으로선 예산안 심사에 참여할 기회를 잃게 될 수 있다. 이는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예산 증액을 노리고 있는 야당 의원들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정협의에서 "경제활성화·노동개혁법·FTA 비준안 처리 등을 야당이 필요로 하는 예산안과 연계해 처리하지 않을 수 없는 부득이한 현실에 처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법안과 예산을 연계해 처리하는 것은 모양이 썩 좋지 않지만 국회선진화법이 있는 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기국회가 20일도 남지 않았다. 오늘부터 밤을 새워서 민생현안과 예산안 심사 등에 속도를 내야한다"면서 "야당도 적극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용남 원내대변인은 당정협의 후 브리핑에서 "가급적 11월30일까지 여야 합의안을 마련해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한다"면서도 "만약 11월30일까지 여야간 합의안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새누리당과 정부 간 합의 하에 수정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고려하기로 했다"고 '연계처리'를 시사했다.
앞서 김무성 대표 역시 전날(16일) 예산안과 주요 법안의 연계처리를 강조한 바 있어 여당의 압박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의 '예산안-주요법안' 연계처리 압박에 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 예결특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의 '예산안-주요법안' 연계처리 압박에 "한심한 발상"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안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이 (예산안) '자동 부의'를 이용해 '악법(惡法)'을 밀어붙이려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 갈등이 예상되는 법안과 예산안의 연계는 예결특위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전날부터 예결특위 예산안조정소위가 국회 상임위별 예비심사를 마친 정부 예산안에 대한 감액심사에 착수한 데 대해 "현미경 심사로 불필요한 예산을 모두 삭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