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납세고지서를 통해 부과된다. 몇 년 전 가산세에 있어 그 종류와 세액을 구분하지 않고 납세고지를 하던 관행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모두 위법으로 판단이 되면서 직권취소와 재고지가 잇따르는 등 일대 소동이 일어났다.
지방세의 경우 납세고지서에 세액만 기재되고 세액의 산출근거인 세율이 기재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이와 같이 세율이 기재되지 않은 지방세 납세고지는 적법한 것일까? 나아가 지방세 납세고지서에 세율이 기재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납세의무자가 사실상 세율을 알고 있었다는 사정이 있었다면 어떠할까?
대법원은 “세액의 산출근거인 세율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취득세 납세고지는 관계법령이 요구하는 기재사항을 누락한 하자가 있어 위법하고, 납세의무자가 신고 당시 그 세율을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원고인 A는 서식 양식에서 세율기재란이 없는 납세고지서를 받았다. A는 스스로 근거법령과 세액 산출근거를 파악하여 취득세감면신청서를 작성, 제출한 사실이 있다. 이로 미루어 A는 납세고지서의 세율 기재 여부와 무관하게 세율을 알고 있었다는 사정이 있다. 과세예고 통지서에도 역시 세율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그 기재사항을 근거로 역산하면 세율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는 소송과정에서 납세고지서에 세율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절차상의 흠으로 납세고지가 위법임을 주장하였다. 불복에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사정이 있음에도 이는 받아들여질 만한 주장일까?
납세고지는 납세의무자에게 납세의무의 구체적 내용을 알려 주는 중요한 절차이다. 따라서 세법은 납세고지서에 납세의무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 즉 과세연도, 세목, 세액, 산출근거, 납부기한, 납부장소 등을 빠짐없이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국세는 위와 같은 기재사항이 모두 들어있는 납세고지서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세의 경우 과거에 사용하던 납세고지서의 서식에 세율을 기재하지 않도록 되어 있어 세율 기재가 누락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었다.
납세의무자가 납세고지서를 보고 납세의무의 구체적 내용을 알게 되고 불복 여부를 판단한다는 점에서 납세고지서는 조세권 행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서 중 하나이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관점에서 납세고지서의 기재사항에 관한 세법의 규정은 단순한 예시규정이 아니라 반드시 따라야 할 강행규정이며, 그 기재사항을 누락한 하자 있는 납세고지서에 근거한 부과처분은 위법하다는 입장을 지켜오고 있다.
다만 납세고지서의 기재사항이 누락되었다 하더라도 그에 근거한 부과처분이 항상 위법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과세예고통지서 등에 납세고지서에 누락된 기재사항이 기재되어 있었다면, 납세고지서의 하자는 치유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납세의무자의 불복 여부 결정에 지장이 없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경우 A가 나름대로 세율을 산출할 수 있었고, 감면신청서까지 제출하여 불복에 지장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단호했다. 세율 기재는 핵심적인 사항으로서 기재누락은 위법임을 면치 못하는 것이어서 치유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가산세의 종류와 세액이 기재되지 않은 납세고지의 위법을 판단하면서 “과세처분의 상대방인 납세의무자에게 알아서 법전을 찾아보라고 하는 행정편의적인 발상이 법치의 광장에서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여 절차적 정의를 중요시하고 있다.
대상 판결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방세에 있어 납세고지서에 세율 기재사항이 누락된 경우 납세의무자의 절차적 권리보장을 강조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참고로 2016년 1월 1일부터는 지방세 납세고지서의 서식도 세율을 기재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대상판결에 따른 개정이다. 당연한 귀결이다. 대법원2015.9.24.선고 2015두38931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