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연금보험을 상속하거나 증여할 경우 적용되는 이자율(할인율)이 높아 상속·증여 재산의 현재 가치가 낮게 책정되면서 정당하게 징수해야 할 상속증여세가 줄줄 샌 것으로 나타났다.
할인율은 미래 투자에 대한 수익을 현재 가치로 계산할 때 사용하는 금리로 할인율이 높을수록 금융상품의 현재가치가 줄어들어 이를 상속 또는 증여했을 때 내야 할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과세 사각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즉시연금보험의 상속·증여에 대해 적용하는 이자율은 그동안 시장이자율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었다.
기재부는 '정기금을 받을 권리'를 상속하거나 증여하는 경우 그 재산가액을 평가할 때 6.5%의 이자율(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2004년 이후 12년째 변동하지 않은채 그대로였다.
즉시연금보험상품에서 연금 지급액을 결정하는 이자율은 금리 변동에 따라 매월 조정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평가이자율도 채권수익률 등을 반영해 적정 수준으로 조정했어야 한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
그러나 기재부는 금융기관 보증 3년 만기 회사채의 유통수익률 및 보험사 공시이자율이 2005년 각각 4.88%, 4.4%였었다 2015년 2.275%, 3.02%로 변동된 점을 미처 반영하지 않은 채 국세청장이 2004년 고시한 평가이자율(6.5%)을 올해 초까지 유지했다.
문제는 즉시연금보험을 상속하거나 증여할 때 할인율이 높게 유지되면서 해당 상품의 현재가치가 적게 측정, 그만큼 세금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A씨는 2012년 상속형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한 직후 보험료 9억원을 즉시 납부한 뒤, 연금 수익자를 아들로 변경해 보험계약을 증여했다. A씨가 납입한 보험료는 9억원이었으나 정기금을 받을 권리의 평가이자율인 6.5%로 할인한 평가액은 7억8200만원이었다.
보험사 공시이자율(3.02%)에 비해 증여가액이 1억1800만원이 줄어들면서 증여세도 약 3800만 가량이 감소됐다.
감사원은 "정기금을 받을 권리를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이자율을 금융기관이 보증하는 3년 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2015년 6월말, 2.275%) 등 시장이자율을 적정하게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기재부에 통보했다.
한편 기재부는 지난 2월 뒤늦게 정기금 수급권 평가 시 적용되는 이자율을 연 6.5%에서 연 3.5%로 낮춘 바 있다. 상속·증여재산을 평가할 때 적용되는 이자율이 기존보다 절반 수준으로 낮아짐에 따라 기존 연금상품을 통한 상속·증여의 절세효과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