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은 증거자료가 없는 현금매출이 생기면 굳이 과세당국에 신고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해 국민의 납세의식을 설문조사하여 나온 결과이다. 이는 2012년 조사 때의 10명 중 5명에서 한 명 가량이 늘어난 것이다.
증거자료 없는 현금매출은 촘촘해진 과세정보의 그물망에서 빠져나갈 길이 좁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도 말이다. 다른 설문조사에서 “납세는 국민의 의무이기에 전부 낸다”고 답하는 국민은 40.6%로 역시 2012년 조사 때의 64.8%보다 크게 낮아졌다. 납세순응도가 급속도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왜 그럴까? 과세당국의 징세 강화도 그 응답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납세의식이나 납세행동은 심리학의 연구대상으로 흥미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납세의식이나 납세행동이 미치는 요소는 다양하다.
세금, 국민이 얼마나 알고 있나? 어떻게 걷어 어떻게 써야 하나? 누가 세금을 더 내야 하나? 등이다. 국민의 조세에 대한 지식, 공정 사회와 세금, 부자와 빈자 및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의 조세배분이 이에 영향을 준다.
납세의식이나 납세행동은 주로 경제적 관점에서 다루어왔으나 납세자 개인은 합리적이고 경제적 원리에 의해서만 행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은 심리적이고 사회적이며 더 넓게는 문화적 원리에 따라 행동하는 존재이므로 납세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심리사회적 변인을 검토하고 이를 문화적 시각에서 이해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입장이다.
우리 국민을 상대로 한 어느 연구결과에 의하면, 전반적으로 사회가 공정하다고 인식할수록 자발적 납세행동이 증가하지만 탈세나 절세와 같은 납세회피 행동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납세자 개인의 납세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납세윤리가 높으면 사회의 공정성과 관계없이 납세행동을 하지만, 낮은 경우에는 사회가 공정하다고 인식할수록 자발적 납세행동과 납세회피행동이 동시에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공정한 사회의 구현이 반드시 건전한 납세행동을 촉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다. 그 해결책으로는 납세자의 납세관련 태도를 변화시켜 높은 납세윤리 수준을 갖추도록 하여야 하는데 납세자가 납세에서 평등가치를 추구하고, 돈의 의미를 성공의 상징이 아닌 가계의 수단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납세문화를 바꾸어야 한다는 그 제안에 이의를 달 수 없지만 그 보다 시급한 문제가 있지 않을까? 위 설문조사에서 “낸 세금에 비해 나라에서 받은 혜택이 적다”고 응답한 비율이 79.3%라는 결과도 나왔다. 현재 근로소득자 중 한 푼도 세금을 내지 않는 비율이 40% 정도로 높아졌다.
전체 국민을 두고 보면 간접세는 잘 인식이 되지 않는 것이고 실제 소득세나 다른 직접세는 내게 되는 비율은 높지 않다. 국민의 복지는 한 세대 전과 비교하면 놀랄 만큼 잘 갖추어져 있다.
동사무소가 주민복지센터로 탈바꿈하였다. 아동보육, 빈곤층 소득지원은 우리 선대들이 경험하지 못한 혜택이다. 그런데도 왜 그러한 대답이 나왔을까? 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청년실업이 늘며 금수저, 흑수저 논란, 빈부의 격차 확대라는 여러 경제·사회적 요인이 납세의식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그것이 사실이라면 뒷걸음치는 납세의식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 납세윤리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된다. 그러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국민들이 느끼는 “세금을 올바로 걷어 제대로 쓰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풀기위한 국회와 정부의 고민과 조치가 미흡한 것이 안타깝다. 이러한 납세자의 의문을 해소하는 것이 납세의식을 회복하는 선결과제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