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회는 회장이 2명? = 백운찬 회장을 중심으로한 집행부가 강력히 추진했던 회칙개정안을 이사회가 틀어버리는, 초유의 상황이 세무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다. 특히 함께 회칙개정안을 추진키로 약속했던 부회장 중 일부가 마지막 순간 '변절'을 해버리는 웃지못할 촌극이 벌어졌다는 전언이다. 이에 분개한 백운찬 회장은 부회장 5명 중 4명에게 재신임을 묻는 차원에서 사직서를 제출받은 상태다. 이 모든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세무사회를 실질적으로 쥐고 흔드는 '그림자 회장' 때문이라는 것이 사태를 지켜보는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지난달 25일 열렸던 한국세무사회 상임이사회, 이사회로 인한 후폭풍이 세무사회를 뿌리채 흔들고 있다. 백운찬 세무사회장을 중심으로 한 집행부가 추진한 회칙개정안을 이사회가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세무사회 안팎에서는 '쿠데타', '하극상' 이라는 흉흉한 평가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러닝메이트 부회장 후보로 선거 레이스를 함께 달린 '운명공동체'였던 부회장 중 일부가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마지막 순간 노선을 변경, 백 회장의 뜻을 무너뜨리는 이사회의 결정에 동조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세무사회 안팎은 온통 벌집을 쑤셔놓은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백 회장은 어그러진 상황을 정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선출직 및 선임직 부회장 5명 중 4명에 대해 재신임을 묻는 차원에서 사직서 제출을 요구했고, 현재 재신임 여부를 놓고 깊게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문제의 시발점, '회칙개정안' = 이날(25일) 오전 상임이사회에서는 '회장 및 감사는 1차에 한하여 중임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세무사회칙 제23조(임원의 임기) 제6항 개정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결정했다(*세무사회 회칙개정은 상임이사회(24명)→이사회(45명)→총회(참석회원결의) 순으로 진행).
해당 조항은 지난 2013년 3월 임시총회에서 '중임'을 '연임'으로 본다는 유권해석이 통과되면서 정구정 전 회장 3선의 길을 열어준 조항으로도 알려져 있다.
정 전 회장은 3선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세무사 업계는 찬반 양측으로 완전히 갈라졌고 이 문제는 지금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반목의 불씨가 되어 왔다.
백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집행부는 회장 및 감사가 평생 2번만 재임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부칙'을 통해 이를 이전 회장 및 감사들에게도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회칙개정안을 마련, 상임이사회 승인까지 받아낸 상태였다.
상임이사회에서 일부 반대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현 집행부가 워낙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했다는 점에서 이사회 통과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런데 상황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버렸다.
상임이사회에서 통과된 개정안은 곧바로 이어진 이사회에 부의됐으나, 이사진 상당수가 '소급적용' 문제를 명분으로 반대의사를 표하면서 결국 전임 회장 및 감사들에게도 소급적용한다는 부칙 2번이 삭제처리된 채 오는 30일 정기총회에서 회원들의 판가름을 받게 됐다.
알맹이는 다 빠진채 껍데기만 총회에 올라가게 된 꼴. 사실상 전임 회장 및 감사는 3선은 물론 4선까지도 나올 수 있는 '개정'이 아닌 '개악'이 되어버린 것이다. 특히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던진 이들은 '특정인을 겨냥한 것' '능력있는 사람이면 회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소급입법이다'는 이유로 무더기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배' 탄줄 알았더니... = 지난해 6월30일 한화63시티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제53회 정기총회에서 제29대 한국세무사회장에 당선된 백운찬 회장(가운데)과 김완일(왼쪽), 한헌춘(오른쪽) 부회장이 꽃다발을 들어올리고 있다.
□ 5월25일 '쿠데타', 그날의 이야기 = 집행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회칙개정안의 핵심이었던 부칙을 이사회가 삭제처리한 것도 큰 문제였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부회장들이 백 회장에게 반기를 든 '하극상'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현재 세무사회 부회장은 총 5명.
러닝메이트 부회장으로 선거를 통해 당선된 김완일, 한헌춘 부회장과 김광철, 이재학 선임직 부회장, 정구정 전 회장 재임시절 인선된 공직자 출신(조세심판원) 김종환 상근부회장이다.
이들 중 김완일 부회장은 애초부터 회칙개정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해 왔고 회칙개정안 문구를 정리하는 작업을 주도했던 김종환 부회장과 한헌춘 부회장, 김광철 부회장, 이재학 부회장은 상임이사회에서 찬성표를 행사했다.
이어진 이사회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상임이사회에서 찬성표를 던졌던 일부 부회장들이 돌연 입장을 바꿔버리면서 보는 이들을 당황케 했다는 전언이다. 특히 세무사회 안팎에서는 입장을 바꾼 부회장들이 누군가로부터 설득전화를 받은 후 돌변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 현 집행부 짓누르는 '상왕(上王)'의 존재 = 지난달 25일 이후 벌어진 모든 사태의 배후에는 자신의 사람들을 이용해 세무사회를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하는 '보이지 않는 실세'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 세무사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상왕의 존재, 그리고 그 상왕을 추종하는 세력들의 존재가 이번 사태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다.
현 집행부를 구성하는 부회장, 상임이사, 이사, 윤리위원 등의 구성원 중 상당수가 이 '실세'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인물들이며 이런 저런 정황을 고려할 때 이번 이사회에서 회칙개정안을 무력화시킨 것 또한 이들의 합작품이라는 이야기가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요 회직자들이 회장을 따르지 않고 막후에 있는 실세의 말을 더 잘 따르기 때문에 현 회장이 남은 임기 1년 동안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외적 난관을 풀어내는 일도 급한데, 엉뚱한 '집안싸움'을 부추기는 세력들을 이번 기회에 척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