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회사측은 "희망퇴직 요청이 많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대신증권 직원들 사이에서는 "희망퇴직금이 2년 전 희망퇴직을 시행했을 때 보다 확연히 줄어든 상황에서 희망퇴직 요청이 늘었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반발하는 기류다.
□ 대신증권, 대규모 희망퇴직 실시…"희망퇴직 요청 많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14일 희망퇴직 신청문을 전직원에게 배포했다. 대신증권은 17일까지 희망자에 한해 신청을 받을 방침이다. 근속 5년 이상의 대리급 이상 직원과 근속 8년 이상의 사원급 직원에는 평균임금 '9~23개월'분의 퇴직위로금이 지급된다.
대신증권은 또 직급별 특별생활안정자금 500~3000만원에 퇴직 후 2년간 자녀 학자금을 지원거나 최대 4000만원까지 특별생활안정자금을 지급하는 방법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퇴직자 지원 차원에서 전직·창업지원 프로그램도 지원한다는 방안을 내세웠다.
대신증권은 이번 희망퇴직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7월 1일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 그 전에 희망퇴직을 원하는 직원들에게 퇴직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증권업계 환경이 좋지 않다 보니 인사부 등을 통해 직원들의 희망퇴직 요청이 많았다"며 "특히 2014년 희망퇴직 때 신청을 안했던 직원들이 추가로 희망퇴직 기회를 달라고 요구 해왔다"고 덧붙였다.
□ 희망퇴직 탈을 쓴 '퇴출' 악몽… 희망퇴직금 2014년보다 못해
대신증권 직원들은 이에 대해 "희망퇴직을 원하는 직원은 극소수"라며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사측이 제시한 퇴직위로금은 2014년 희망퇴직 때보다 줄어들었고 무엇보다 임금피크제가 저성과자 퇴출의 문이 될 수 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실제로 대신증권이 이번에 희망퇴직 보상으로 제시한 퇴직위로금은 2014년보다 줄었다. 2년 전 퇴직위로금 지급 개월수는 10(6급)~24개월(1급)이다. 반면 이번은 9개월(6급)~23개월(1급)로 나타났다.
예컨대 5년 이상 10년 미만 근속한 직원이 2년 전 퇴직했다면 6급 직원은 10개월, 1급 직원은 16개월치의 퇴직위로금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희망퇴직자는 각각 9개월, 15개월치의 위로금을 받는다는 것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관련해 "퇴직위로금의 경우 최단·최장기간이 2년 전보다 각각 1개월씩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희망퇴직 요청자 수에 대해선 인사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내부에서는 무엇보다 2014년 첫번째 대규모 희망퇴직이 실시됐을 때처럼 희망퇴직 희망자를 받는 과정에서 '저성과자 찍어내기 퇴출'이 이뤄질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대신증권 직원은 "2년 전 '희망퇴직=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이라는 공식이 성립됐다"며 "이번에도 2년 전과 같이 저성과자들이 퇴출될까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증권은 지난 2014년 전직원에게 '희망퇴직 시행 권고 문자'를 발송했다. 그해 5월 26일부터 '4일 동안'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받고, 이 기간 내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사람은 6월 초부터 ODS부서(영업2부)로 발령낸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304명의 대신증권 직원이 여의도를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