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 전반기를 이끌어나갈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 13일 국회 개원사를 통해 '개헌론'을 제기했다.
정세균 의장, 개헌론자 우윤근 사무총장 임명
우윤근 "국회 개헌특위 구성" 靑-與, 레임덕 우려
20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개헌론'이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헌 필요성을 설파하면서 예년과는 달리, 탄력을 받고 있는 양상이다.
정 의장은 지난 13일 20대 국회 개원사에서 "내년이면 소위 87년 체제의 산물인 현행 헌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된다"며 "개헌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개헌론의 불씨를 지폈다.
더불어민주당 뿐 아니라 국민의당 역시 개헌론에 맞장구를 치면서 20대 국회를 벌겋게 달구고 있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개헌은 시도해볼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고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개헌론이 임기 말로 들어서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과 현안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것을 우려하며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경계태세를 취하는 모양새다.
개헌론은 그 자체로 미래 권력에 집중될 수밖에 없어 현재 권력인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정 의장은 "국회의장으로서 20대 국회가 변화된 시대,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헌정사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주춧돌을 놓겠다"고 개헌 추진 의지를 분명히 한 만큼 자신이 임명권을 갖는 장관급 국회 사무총장직에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우윤근 전 더민주 의원을 임명했다.
우 신임 국회 사무총장은 광주출신의 3선 전직 의원으로 앞서 더민주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맡은 바 있다. 국회 사무총장에 통상 초-재선급 경력의 인사들이 임명된 것과 달리, 정 의장은 원내대표가지 지낸 3선 중진을 내정한 것은 개헌에 대한 강한 의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개헌시기, 내년 대선 前 VS 대선 後 = 문제는 개헌의 시기와 폭이다. 시기와 관련해서는 박근혜 정부 임기 내 조속히 해야 한다는 의견과 차기 정부에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선다.
우 신임 국회 사무총장은 15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여야가 그동안 축적된 걸 갖고 특위에서 조용히 (논의) 하다가 연말정도 돼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연초에 늦어도 내년 4월 보궐선거 즈음에 국민투표를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우 사무총장은 "우선은 급선무가 국회 개헌특위 구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1년8개월 정도 남아있고, 더군다나 여소야대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나라를 이끌어 가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며 "올해가 적기"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출신의 박주선 국회부의장 역시 박근혜 정부 임기 내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날 YTN 라디오에 나와 내년 4월 재보선에 맞춰 국민투표를 하자는 주장에 대해 '찬성'입장을 나타내며 "국회에서 과반수의 표결로 개헌안을 제안할 수도 있고, 대통령이 제안할 수도 있는데, 제안이 되면 20일 이상 공고를 거치고 나서, 국회 3분의 2 이상의 표결을 거쳐서 국민투표를 하게 되는데 그 절차가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임 국회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우윤근 전 더민주 원내대표. 우 사무총장은 대표적인 개헌론자다.
□ 靑-與 레임덕 우려 "여유 없다" 일축 = 하지만 청와대는 앞서 지난 2013년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중국 방문길에 개헌론을 밝힌 후, '개헌은 블랙홀'이라며 완강하게 반대한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 문제에 대해 "지금 우리 상황이 블랙홀같이 모든 것을 빨아들여도 상관없을 정도로 여유가 있나"며 반대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20대 국회 개헌론에 대해서도 청와대 관계자는 "개헌론에 대한 입장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일축했다.
새누리당 역시 거리를 두고 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정 의장의 개헌론에 대해 "19대 국회 당시 정치권에서 개헌 문제를 꺼냈지만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한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野도 朴 대통령 임기 내 현실불가능…차기 대선주자 공약화 '강조' =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반대하는 개헌은 논의가 진전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오는 8월 말 차기 당권에 도전하는 더민주 추미애 의원은 SBS라디오에 나와 개헌 논의에 대해 찬성하면서도 "대선이 1년 남은 시점에서 개헌 논쟁으로 또 한 번 판을 흔들 우려도 있어서 대선 후보들 간에 합의를 해야 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선 전 개헌 국민투표에 대해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반대했다.
더민주 핵심 관계자는 "개헌은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있지 않으면 결코 실현될 수 없는 것"이라며 "현재 대통령 임기에는 불가능하다. 차기 대통령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고 시기를 못 박아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차기 대선주자들의 개헌에 대한 입장과 구체적인 방향이 향후 개헌 논의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 이원집정부제 VS 대통령 4년 중임제 = 개헌의 범위는 이원집정부제와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분권형 개헌 논의가 다수다. 나아가 국민 기본권 차원으로 생명존중 및 환경권, 노동권 등을 더 확장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권력 분권 차원으로 거론되는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중심제와 내각책임제의 절충된 형태로, 대통령을 별도로 선출하되 총리가 국정을 책임지고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 등의 업무로 국한된다.
오스트리아나 프랑스 등이 실시하고 있다.
이원집정부제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내에 의견이 많다. 김무성 전 대표는 물론 친박계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여권 유력 후보로 거론하면서 주장하고 있다.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분권형 개헌은 더민주 등 야당 대선 주자들이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4년으로 줄이고 중임을 가능하도록 하는 개헌이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새누리당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무소속 유승민 의원 등도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분권형 개헌의 핵심은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분산시키고 국무위원 인사권을 총리에 이양하는 책임총리제다. 문 전 대표는 앞서 지난 2012년 대선공약으로 내 건 바 있다. 여기에 박 시장과 안 지사 역시 공감하고 있다.
한편 야권 후보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20대 국회에서 87년 체제의 공적과 한계에 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며 개헌론에 찬성입장을 나타냈지만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