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가 투명해져야 자본시장의 건강한 성장 내다볼 수 있어"
기업들 스스로 회계감사에 쓰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버린다면 회계투명성이 훨씬 더 빨리 좋아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용원 금융감독원 회계심사국장은 22일 서울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열린 '회계신인도 심포지움'에서 "기업 대부분 회계감사에 지출하는 돈을 큰 효용성이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런 인식이 바뀌어야 자본시장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용원 회계심사국장은 "자본시장의 건강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회계투명성의 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회계감사에 쓰는 돈을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용원 국장은 "반면 회계법인들은 회계감사 보수와 감사투입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다"며 여기에서 피감인인 기업과 외감인인 회계법인 간 소위 '갑을관계'가 비롯된다고 첨언했다.
정 국장은 "금융당국은 기업과 회계법인 간 갑을관계 해소에 도움을 주고자 최근 부실감사 방지대책 방안을 발표했다"며 "그 일환으로 기업 내 감사위원회에 외부감사인 선임권한을 넘겨주는 등 여러 방편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회계법인 독립성 확보의 한가지 방법으로 외부감사인 선임권한을 회사 경영진에서 기업 내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로 넘기기 위해 외감법 전부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회계는 신뢰 기반의 산업, 한번 추락하면 회복 어려워"
회계산업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한번 인식이 나빠지면 이를 회복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황인태 한국회계학회 회장은 심포지움 자리에서 "회계산업은 신뢰를 기반으로 이뤄지므로 중간없이 좋고 나쁨의 양단의 의견으로 나뉜다"며 "회계투명성이나 감사품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이기 때문"이라면서 한번 신뢰가 깨지고 나면 극복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엄청난 노력이 소모된다고 강조했다.
황인태 회장은 "우리나라 회계산업의 표면적 기능은 원활히 돌아가고 있으나 인식 측면에서 긍정적 요소보다 부정적 요소가 강하다"며 "회계산업 종사자들이 그동안 표면적 기능만을 중시하고 인식의 중요성을 간과한 게 가장 크다"고 진단했다.
황 회장은 "회계산업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좋고 나쁘고를 반복해오다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도덕적해이'의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 자발적 반성은 물론 외감법에 대한 심층적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외감법은 제정 이후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며 "외국의 잘된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 외감법에 부족한 것은 가져오고 과한 것은 덜어내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 외감법에 대한 본질적 연구가 필요한 시기"라고 곁들었다.
이번 심포지움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한국을 '회계 및 감사의 적절성' 부문에서 전세계 61개국 중 61위라고 최근 발표한 것과 관련해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코자 하는 취지에서 열렸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강성원 한국공인회계사 회장, 김진규 한국상장사협의회 부회장, 이재경 국민대 교수, 임석식 서울시립대 교수, 백광엽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한찬희 안진회계법인 부회장,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 구용욱 미래에셋 리서치센터 이사 등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