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상 시 소비자에 35% 근로자에 21% 전가"

한국경제연구원 TPAM모형 적용 실증적 분석

최근 법인세 인상을 놓고 재계와 정치권은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법인세 인상에 따른 효과를 실증적으로 연구한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경엽 박사는 최근 국내 기업들의 소득분배구조를 조사해 법인세가 인상이 되면 기업과 관련된 소비자 근로자 주주들의 소득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분석했다.

조 박사는 국내 27개 산업과 12개 소비재화 그리고 분위별 소득계층의 소득자료를 TPAM 모형에 대입해 법인세 인상에 따른 소비자, 근로자 그리고 주주들의 소득 변화를 측정했다.

이 모형은 기업과세제도에 특화된 모형으로 기업의 자본을 우리나라 과세체계에 맞게 7개로 세분하고 법인세를 포함한 과세제도의 변화에 따라 소득계층별로 어떻게 소득이 재분배되는가를 측정하는 분석모델이다.     

조경엽 박사는 이 모형을 이용해 법인세 인상 효과를 분석한 결과 법인세가 2%p 인상되면 우리 기업들은 8조7280억원의 법인세를 더 내게 되고 이의 35%는 가격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21%는 근로자의 임금과 복리후생 감소로, 44%는 주주들의 배당과 유보금 감소로 나타난다고 발표했다. 

주주중에서도 소액주주의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것을 감안하면 법인세 증가분의 23%는 소액주주의 배당 감소로 21%는 대주주의 배당과 유보금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법인세 인상에 따른 주체별 인상 부담 (단위: 10억원, %) 

* 추정의 전제 : 법인세 2%p 인상, 자본노동 대체탄력성 0.6

조 박사는 이러한 연구결과에 근거해 "법인세 인상에따라 소비자와 노동자, 그리고 소액주주 등 모두 저소득층의 소득감소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법인세가 인상되면 소득재분배 효과는 오히려 악화될 전망"이라며 "서민들에대한 복지재원을 법인세 인상을 통해 조달하겠다는 정책은 오히려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재정지출에서 차지하는 보건복지고용비 비중이 30~35% 수준이므로 법인세 인상에 따른 서민 부담 비중이 80%에 이른다면 오히려 서민들에게 불리한 세법개정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 "제품가격과 임금에 미치는 영향 적다" 반론도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법인세가 오른다고 제품의 가격이나 근로자의 임금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을 것이며 배당감소도 대주주와 기업이 더욱 많이 부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강남대학교 안창남 교수는 "제품가격과 근로자의 임금은 제품과 노동시장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법인세가 인상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재정건전성과 서민복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법인세를 인상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이어서 "법인세의 명목세율을 25%로 인상하되 실효세율을 복잡하게 하는 기업소득환류세나 각종 세제감면을 정리해야한다"며 "그러나 기업의 경쟁력과 미래준비를 위해 R&D투자세액 공제는 다시 살려야 할 것"이라고 법인세 인상에 따른 보완사항을 덧붙였다.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법인세인상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근거한 다양한 데이터와 심도있는 연구가 바탕이 돼야한다고 재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