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000만원 이하 월세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부과가 또 다시 뒤로 밀리면서, 정부의 선택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014년 '과세 사각지대'로 지목됐던 임대소득 과세방침을 세우고 법개정을 추진했지만 임대소득자들의 조세저항에 부딪혀 과세권 발동을 2년 유예한 바 있다.
주택 임대차시장의 안정을 위한다는 명분이 깔린 결정이지만 정부 스스로 '소득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을 깨뜨린데다 과세권 발동 시기를 2년 뒤로 미룬 것 자체가 '뜨거운 감자'를 다음 정권의 손으로 옮겨놓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6년 세법개정안'을 발표, 관련 13개 법률개정안(국세기본법 등)을 입법예고 및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9월2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실 소액(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는 도입 과정에서부터 반발이 심했다. 지난 2014년 기획재정부는 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소득세를 물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동안 내지 않던 세금을 내야하는 부담으로 인해 임대소득자들의 격앙된 반응이 표출되자 정부는 부랴 부랴 임대소득의 60% 필요경비 공제(증빙 등이 없을 경우 400만원 필요경비 공제), 14% 저율 분리과세 및 과세 유예(2년) 방안을 내놓으며 민심을 수습했다.
형평성을 앞세워 전면적인 과세를 통해 세수를 확충하려는 당초 목표는 포기하고 사실상 '쥐꼬리 세수'에 세원만 양성하는, 생색내기 수준의 과세체계로 방향성이 완전히 틀어진 것이다.
가만히 놔두면 과세권 발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시점에 정부는 또 다시 과세권 발동을 2년 뒤로 미루는, '일보후퇴'를 선택했다. 월세민들의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 과세를 시작하면 집주인들이 세부담을 월세입자들에게 전가, 서민가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높게 형성되고 있다.
연간 2000만원 이하 월세 임대소득의 경우 비용공제 및 낮은 세율로 인해 사실상 부담 세액이 크지 않은데도 불구, 지나치게 소극적인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연말정산 파동으로 극심한 고초를 겪은 정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표를 떨어뜨릴 공산이 큰 이 제도 시행을 다음 정부로 넘기려는 '꼼수'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근로소득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이 결부되어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선택을 둘러싼 논란이 상당기간 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