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의원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에 "M&A시장 경색" 지적
회계업계가 회계법인의 M&A(기업인수합병) 중개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회계업계는 23일 "회계법인의 M&A 참여에 제동을 거는 법안은 시장상황과 법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반쪽짜리' 입법에 불과하다"며 "회계법인의 회계감사 독립성을 높이려다 M&A 시장을 경색시켜 '쇠뿔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회계감사를 수행 중인 회계법인이 M&A 중개를 도맡는 것은 회계감사 독립성을 훼손하고 이해상충의 위험도 있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에 대해 회계업계는 회계법인의 독립성을 높이겠다는 일념만으로 M&A 중개시장에서 배제시킨다면 국내 M&A 시장 전체가 경색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회계법인의 M&A 중개 참여가 제한될 경우 M&A 대상기업에 대한 실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사절차는 M&A 대상회사의 재무회계적 위험을 회계법인이 사전에 걸러내 거래신뢰도를 높이는 과정인데 이에 문제가 생기면 M&A 대상회사에 대한 거래신뢰도가 하락해 기업M&A 체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M&A 과정에 있어 기업 실사는 M&A의 성패를 가를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며 "이 법안이 통과되면 고객인 기업 입장에서는 수수료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M&A 체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 국내 M&A 시장 전체가 경색돼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감법과 공인회계사법에서 이미 각각 감사·비감사업무에 대한 독립성 유지의무, 기업M&A·세무컨설팅 등 비감사업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이미 규정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안을 또 내놓은 것은 회계업계를 옥죄기 위한 이중규제일 뿐"이라고 아쉬워했다.
M&A 중개는 금융투자업 인가가 필요하지 않은 업무여서 회계법인을 비롯해 법무법인 등도 큰 제약없이 기업M&A 중개업을 다룰 수 있는 상태다.
박용진 의원은 "미국, 유럽 등에서는 회계법인의 과도한 비감사용역 수임을 부실감사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다양한 규제를 시도 중"이라며 "기업의 인수 및 합병의 중개·주선업무를 업으로 삼는 것을 투자중개업의 하나로 규정해 회계법인의 독립성을 제고하겠다"며 법안발의 취지를 밝혔다.
실제 유럽에서는 회계법인이 비감사업무 용역을 어떠한 형태로 수주하든 감사업무 총 비용의 70%를 넘지않는 선에서 비감사업무 비용을 정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4대 회계법인들은 비감사업무 매출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다.
학계 관계자는 "빅4의 비감사업무 매출비중이 감사업무 매출비중보다 많아진 까닭은 회계감사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했다는 위기의식에 사업을 다각화했기 때문"이라면서도 "감사일감 저가수주 경쟁이 감사업무 매출비중을 쪼그라들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가수주 과당경쟁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다면 감사보수의 지속적 하락은 물론 부실감사률이 높아지는 등 회계투명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회계학회에 따르면 물가지수를 반영한 공인회계사 1인당 감사보수는 2001년 1억5200만원에서 지난해 7800만원으로 49%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낮은 감사보수 수준이 부실감사 발생률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회계법인 무게추가 비감사업무로 자꾸 편향되게 만드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