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의 M&A 업무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관련, 회계법인을 기업합병 업무에서 배제한다면 기업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대준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는 7일 오후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업인수·합병 중개업무 정상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회계법인을 M&A 업무에서 제외시킨다면 기업합병 등의 거래 자체가 쪼그라들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대준 부대표는 "국가마다 자본시장의 발달과정과 규제환경이 다른데 우리나라의 경우 회계법인이 M&A 거래를 주도해 왔다"고 전제하고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가 현 상황에서 기업들의 이익을 증대시킨다거나 사회적 효익을 높인다는 합당한 사유도 찾기 힘들다"면서 "M&A 시장의 혼란만을 야기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회계법인이 M&A 업무를 도맡는 것은 감사업무 독립성 훼손과 이해상충을 야기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박 대표는 "모든 회계법인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독립성 위반 여부의 모니터링과 조직감리를 상시 받고 있다"며 "PwC, KPMG 등과 같은 글로벌네트워크와 연결돼 있는 회계법인들은 이들로부터 자체적 내부감사를 받을 뿐더러 미국 감독기관인 PCAOB로부터는 비감사업무 적정성 여부를 포함한 정기적 품질관리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달 말부터는 회계법인 독립성 규제수준이 대폭 강화된 '공인회계사법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라며 "회계법인에 대한 독립성 규제는 지나치리만큼 매우 엄격해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면서 "독립성 규제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면 이는 공인회계사법의 개정에 의해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립성 규제와 이해상충 규정은 기업 회계감사의 공정성을 위해 규정된 것이다. 한 회계법인이 동일한 회사에 대해 회계감사 업무와 컨설팅 등 비감사 업무를 동시에 진행할 경우 외부감사 공정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제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세계경제포럼이 지난해 발표한 우리나라 금융경쟁력 순위는 87위로 우간다(81위)보다도 못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금융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간의 불공정 관행과 제도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며 법안을 발의한 배경을 밝혔다.
박용진 의원은 "특히 국내 M&A 시장의 규제는 국제경쟁력 차원에서 볼 때 참으로 취약한 분야"라며 "M&A는 주식의 중개를 수반함에도 현행법은 M&A 중개·대리업무에 대해 인허가 등 별도의 진입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금융선진국들은 이처럼 중요한 M&A 업무를 누구나 할 수 있도록 방치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지난달 19일 "회계감사를 수행 중인 회계법인이 M&A 중개를 도맡는 것은 회계감사 독립성을 훼손하고 이해상충의 위험도 있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인수합병(M&A) 중개·대리업무를 자본시장법상의 투자중개업으로 규정하고 이 업의 인가를 받은 자만이 M&A 중개·대리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M&A 중개·대리업무는 현재 인가가 필요하지 않은 업무여서 회계법인을 비롯해 법무법인 등도 큰 제약없이 기업M&A 중개업을 다룰 수 있는 상태다. 개정안이 채택될 경우 회계법인을 비롯해 법무법인, M&A부티크 등의 M&A 중개·대리업무가 금지된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대준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를 비롯해 김좌진 서울대 교수, 문영태 NH투자증권 부대표, 이성우 동아대 교수, 길재욱 한양대 교수,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실장, 원종현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김태현 금융위 국장 등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