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여신상 디케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간병비와 생활비 등에 쓰도록 5억원의 약속어음을 준 경우 이는 상속재산 가액에서 공제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김정숙 부장판사)는 최근 B씨가 낸 상속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시아버지(A씨)가 며느리(C씨)에게 주기로 한 5억원의 지급약정은 대가적인 재산적 이익을 받음이 없이 일방적으로 재산적 이익을 주기로 한 '증여계약'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며 "이러한 채무는 상속재산가액에서 공제되는 채무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B씨는 2012년 7월 사망한 A씨의 아들이고, C씨는 B씨의 배우자다. 피상속인 A씨는 아내와 4남3녀의 자녀를 두었고, 사망 당시 광주 서구 화정동 토지 중 7/18 지분을 갖고 있었다.
국세청은 B씨와 A씨의 막내딸 D씨가 공동으로 A씨의 재산을 상속했음에도(나머지 상속인들은 상속포기) 상속세를 신고하지 않아 피상속인에 대한 상속세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과정에서 B씨는 '아버지 A씨의 며느리 C씨에 대한 5억원의 약속어음금 채무를 상속재산 가액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5억원을 상속재산 가액에 더해 상속세를 부과했다.
B씨는 지난 2008년 3월 아버지 A씨와 며느리 C씨 사이에 "며느리 C씨가 A씨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2007년 4월 이후 지출되는 병원비와 간병비, 생활비, 재산 분쟁 관련 소송비용 등에 대신 부담하고 여생을 부양해주는 대가로 C씨에게 5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약속어음을 발행하고 공증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5억원의 약속어음금 채무는 A씨의 상속재산 가액에서 공제되어야 함에도 이를 더해 상속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행정법원 재판부는 "상속재산 가액에서 공제될 피상속인의 채무는 상속개시 당시 피상속인이 종국적으로 부담해 이행해야 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는 채무를 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C씨에 대한 5억원의 지급약정은 일방적으로 재산적 이익을 주기로 한 증여계약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 채무는 '상속개시 전 5년 이내에 피상속인이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진 증여채무'에 해당한다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와 달리 상속재산 가액에서 공제돼야 한다는 B씨의 청구는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약속어음의 발행일로부터 2년 반가량이 넘어 공증을 받은 점, 약속어음을 작성 교부하게 된 경위에 관한 B씨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직접적인 자료도 전혀 없는 점 등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C씨에게 소송비용, 병원비 등의 부담과 무관하게 단지 자신에 대한 부양의 대가로 5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고 덧붙였다. [참고 판례 : 2015구합76964]
▲임원 퇴직해도 5년 지나지 않았다면 '특수관계'
비록 이사직에서 퇴직한 사람이지만, 5년이 경과하지 않는 시점에 그에게서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사들였다면 '특수관계 있는 자 사이의 저가양도'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김병수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제기한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B씨가 이사직에서 퇴직한 후 5년이 경과하지 않은 시점에 A씨가 B씨로부터 주식을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양수한 것은 상증세법상 '특수관계 있는 자 사이의 저가양도'에 해당한다"며 증여세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A씨는 토목 건설 사업을 하는 T사의 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이다.
B씨는 T사의 부장이자 이사로 근무했는데, 2006년 A씨와 다른 임원인 C씨로부터 T사 주식을 일부 사들였다.
T사는 2008년 7월 유상증자를 했고, B씨는 자신의 지분율만큼의 주식을 추가로 취득했다.
그런데 B씨는 2010년 3월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서 T사의 이사직에서 퇴직했고, 2010년 5월 A씨에게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T사 주식 중 3900주를 주당 5000원에 양도했다.
국세청은 A씨에 대해 B씨가 T사의 임원으로 재직하고 퇴직 후 5년이 경과하지 않아 A씨와 특수관계에 있다고 판단하고 상증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T사 주식을 1주당 11만원으로 평가한 후 증여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A씨는 "B씨가 주식을 양도하기 전에 T사의 이사직에서 사임해 양도 시점에는 임원이 아니었으므로 특수관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행정법원 재판부는 "A씨와 B씨는 '특수관계에 있는 자'라며 증여세 과세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B씨가 이사직에서 퇴직한 후 5년이 경과하지 않아 T사 주식을 A씨에게 저가양도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상증법상 특수관계에 있는 자 사이의 저가양도에 해당한다"고 판시해 A씨의 청구를 기각 판결했다. [참고 판례 : 2016구합565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