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 상당수는 조선회사들의 신용만 믿고 돈을 빌려준 뒤 기본 중의 기본으로 불리는 '리스크 관리'조차 않고 있다가 부실을 그대로 떠안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9일 "조선사의 RG(Refund Guarantee 선수금환급보증) 보증은행 대다수가 RG보험에 가입 하지 않는 등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몇몇 은행의 경우 보험에 조차 가입하지 않아 조선회사의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았다"고 채 의원은 밝혔다.
RG보증이란 선주가 선박을 주문하면서 건조비용 일부를 조선사에 미리 지급하고(선수금) 선박이 정상적으로 인도되지 못할 경우 조선사를 대신해 금융사(은행)가 선주에게 선수금을 지급하는 안전장치를 말한다.
◆…자료=채이배 의원실 제공
금융사는 조선사로부터 RG발급에 대한 비용를 받고 보증을 선다. 이 때 RG보증 은행은 RG발급에 따른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RG보험에 가입하고 보험사는 다시 재보험에 가입함으로써 지급보증 책임을 분산시키는 것이 정상적인 RG보증의 구조다.
채이배 의원에 따르면 RG보증은 대부분 담보없이 신용으로 발급된다. 때문에 이럴 때 리스크 관리와 자산건전성 확보는 필수사항으로 꼽힌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의 RG보증 금융사는 대부분 RG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는 2010년 이후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을 포함해 6개 금융사가 371건의 RG를 발급했다. 반면 RG보험 가입은 371건 중 단 한 건도 없었다.
같은 기간 STX조선해양에 대해서는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을 포함한 7개 금융사에서 247건의 RG를 발급했다. 이 역시도 대부분 RG보험 미가입상태에 놓여 있었다.
특히 STX조선해양의 경우 RG 발급 25건(10%)에서 부실이 발생해 은행이 선수금을 대신 지급했다. 하지만 RG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은행들이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해당 은행들은 RG보험 미가입 이유에 대해 "조선사들이 대기업 계열사라는 점과 RG발급 전 신용평가를 통해 신용공여가 적절하다고 이미 확인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담보를 설정하지 않고 RG보험도 가입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채이배 의원은 이와 관련 "부동산 전세 계약을 할 때도 사람들은 돈 떼일 가능성이 매우 낮음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위험 회피 차원에서 수백만원을 들여 전세금 보증 보험에 가입한다"고 설명했다.
하물며 "선박건조는 수천억원의 돈이 오가는 계약인데 은행들이 아무런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우리 금융산업의 수준을 가늠할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고 그는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