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발표된 대법원 인사에서 광주고법 부장판사로 발령난 이광범(46.사시 23회) 법원행정처 송무국장은 서울고법 이상훈(49.사시19회) 부장판사의 친동생이다.
고등법원은 사실관계 심리에서 최종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재판을 책임지는 부장판사는 차관급 예우를 받으며 법관으로서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근대 사법제도 도입 뒤 형제가 검찰이나 법원에서 나란히 근무한 적은 있지만 고법 부장판사로 함께 근무하게 된 것은 처음이다.
이광범 송무국장은 지난해 10월 공식 출범한 대법원 사법개혁위 간사를 맡아 사개위 위원들이 로스쿨 도입 등 법조계의 큰 변화를 몰고 올 제도 도입에 합의하는 데 기여했다.
이상훈 부장판사도 1993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심의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 형과 동생이 모두 사법제도 개선에 깊숙이 관여한 셈.
이상훈 판사는 2002년 대전고법 부장판사로 근무할 때 뇌물수수혐의로 기소된 충북교육감의 항소심 재판 첫 공판에서 "죄의 유무를 떠나 충북지역 교육계에 파문을 일으킨 점이 인정되는 만큼 교육계 안정을 위해 신변을 정리하는 것이 어떠냐"며 사퇴를 권고하는 충언(忠言)으로 눈길을 끌었다.
동생 이광범 국장도 2000년 광주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할 때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항소심 재판에 제대로 출석하지 않은 현직 시장의 부인을 직권으로 구속했다.
두 사람은 또 97년과 2000년 각각 사법연수원 교수로 부임해 후배 법조인들을 가르치며 형제 법조인의 인연을 이어갔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는 진보, 개혁 성향의 전,현직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현직 판사들이 고법 부장판사로 나란히 승진했다.
형제 고법부장인 이광범 국장 역시 우리법 연구회 회원이며 대전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한 유남석(47.사시 23회), 한기택(45.사시 24회)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첫 무죄를 선고한 이정렬 판사가 회원인 게 알려져 주목받은 우리법 연구회에는 2003년 대법관 제청파문의 단초를 제공한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제청파문 도중 사법개혁을 요구하며 사표를 낸 박시환 변호사, 소장판사 연판장 작성을 주도한 이용구 판사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