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비선실세 권력개입 의혹을 받고있는 최순실씨. (사진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과 관련해 직접 해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재단의 석연치 않은 모금과정과 자금 불법유용 등을 "의미 있는 사업"이라며 언론 보도 의혹을 일축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최측근인 최순실씨가 연루된 권력형 비리의혹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이 언론 보도에 대해서만 "도를 넘어선 인신공격"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사실관계가 어긋나고 검찰수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와 논란은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 '최순실 게이트' 민심 이반 심각에 "엄청 처벌" =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두 재단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만약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의 당사자인 최순실씨와 차은택 감독 등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연일 고구마 줄기처럼 뽑혀 나오는 의혹으로 야권의 '최순실 게이트' 공세가 거세지자, 재단 설립 경위를 직접 밝히는 등 차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심각한 민심이반과 언론의 의혹제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배경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어 핵심 의혹을 해명하면서 여권을 향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도도 읽힌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기금 모금마련과 설립을 청와대가 관여한 것을 사실상 처음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이 해명발언은 그동안 의혹 당사자들이 밝힌 내용과 사실관계가 배치되는 부분들이 상당하다.
□ 朴 "재단 투자 요청" 靑 관여 인정 vs 전경련 "자발적" 사실관계 엇갈려 = 박 대통령은 "기업들도 문화가 가지고 있는 세계시장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했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과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이것이 곧 기업의 세계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되며 기업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보았다"며 "외국순방 때마다 경제사절단으로 함께 한 여러 기업들과 그동안 창조경제를 함께 추진해온 기업들이 그것을 더욱 발전시켜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높여나가고자 뜻을 같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때까지 기업인들과 소통하며 논의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문화체육활성화를 위해 기업인들을 모신 자리에서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실현을 통한 우리 경제의 대도약을 위해 기업인들의 문화, 체육에 대한 투자 확대를 부탁드린 바 있고, 또한 지난해 7월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 기업 대표를 초청한 행사에서도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이 바로 문화콘텐츠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융·복합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문화체육 분야를 집중지원하고 우리 문화를 알리며 어려운 체육 인재들을 키움으로써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수익 창출을 확대하고자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 두 재단의 성격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과 7월에 기업들에게 투자를 요청했고 관련 사항을 논의했다는 박 대통령의 해명은 전경련이 앞서 밝힌 해명과 다르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지난 달 23일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대해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 자발적으로 설립한 재단'이라고 밝혔다. 또한 안종범 청와대 수석에게는 사전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청와대 개입설을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재계 주도로 설립된 재단들은 당초 취지에 맞게 해외순방 과정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며 재계 주도를 강조했지만 지난 해 2월과 7월 전경련에 투자를 요청했다고 밝힌 만큼 청와대가 전경련과 지속적인 논의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미르재단은 지난해 10월, K스포츠 재단은 올해 1월 설립되는 등 두 재단 모두 투자를 요청한지 6~8개월여 만에 설립이 됐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전경련의 모금과정을 압박했을 개연성은 매우 높다.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최순실 게이트'에 처음으로 발언했다.(사진 청와대)
□ "의미 있는 사업" 수사 가이드라인 논란 = 특히 박 대통령의 발언이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이 '엄중 처벌'을 밝힌 만큼 그동안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검찰이 압수수색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해 "의미 있는 사업","기업들의 순수한 참여 의지"라고 언급한 것은 '수사가이드 라인 제시' 아니냐는 분석이다.
또 검찰이 박 대통령의 '오장육부'로 불리는 최순실씨 등를 상대로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검찰의 수사보고를 받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리의혹 수사 역시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수사를 한다해도 최순실씨의 '개인 비리'로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앞서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지난달 29일 대기업의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출연에 대한 외압 의혹과 관련, 최순실씨와 안 수석 등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한 것을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한웅재)에 배당해 사건을 수사 중이다.
문제는 특수부가 아닌 송치 사건을 주로 다루는 형사부에 배당, 검찰의 '눈치 보기'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는 부분이다.
□ 檢, 송치사건 맡는 형사부 배당 '눈치 보기' 野 증거인멸 우려 = 야권은 두 재단이 업무 문서를 파쇄하고 해체 수순을 밟는 등 증거 인멸 우려가 있고, 최순실씨가 독일에 세운 회사들의 설립 자금, 호텔 인수 자금에 대한 의혹을 조속히 수사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물론 박 대통령의 '엄정 처벌' 발언으로 분위기가 바뀌면서 검찰이 수사에 적극 착수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검찰의 발본색원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에 대한 정치권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이에 야권에서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특검 및 국정조사를 본격 준비할 태세다.
야권 관계자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최순실 게이트'는 이제 시작이다. 수사가 제대로 안 될 경우 특검으로 가야하는 사안이고 이건 새누리당도 못 막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핵심은 최순실의 자금유용 흐름이지만 최순실 한 명의 문제가 아니다"며 "검찰은 자금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집중적으로 보고 '최순실' 개인 비리, 개인'일탈'로 결론 내릴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으면 권력의 핵심인 자신에게 정조준될 테니 '꼬리자르기'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는 국정을 농단한 문제, 또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대통령 책임이 크다"며"정권 내에 아무리 덮으려고 해도 진실은 드러나게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여권 관계자 역시 "당내에서 비박계를 중심으로 검찰과 교육부를 향해 제대로 조사를 하라고 하지 않느냐"며 "내년 대선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으면 새누리당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