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최근 국세행정시스템(NTIS)에 차명주식 통합분석 시스템을 추가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 시스템으로 납세자의 주식 보유현황과 취득, 양도 등 변동내역, 각종 과세자료와 금융정보분석원을 비롯한 외부기관 자료까지 연계하여 명의신탁 주식에 대한 정밀검증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종래 내부제보 혹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비로소 밝혀지게 되던 주식 명의신탁 사실이 좀 더 용이하게 드러날 것이다. 정보화된 사회의 빅 데이터가 국세행정에서 위력을 보여 줄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더구나 앞으로 법인사업자 등록 때 제출하는 주주 명세서에 본인확인란을 추가하고, 신설법인의 주주를 대상으로 명의신탁의 불이익과 실명전환 방법을 일일이 안내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명의신탁 주식 여부를 가리는 과정에서 흔히 당사자가 내세우는 명의도용이라는 항변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이제 회사 설립 시부터 주식의 실명화가 정착하는데 유용한 조치가 될 것이다. 이는 명의신탁과 주식에 대하여 실질주주를 가리는 현행 판례 기준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투명사회를 이루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는 이미 명의신탁이 행해진 수많은 사례에 대한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역으로 이 시스템의 허점을 찾아 검증에서 벗어나는 사례도 나타날 수 있다.
최근 5년 동안 주식 명의신탁으로 인한 증여의제 조항으로 국가가 걷어 들인 세금은 대상자 1702명, 세액 1조1231원에 달한다. 명목은 증여세이나 실제 증여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제재적 조세의 세수이다.
국세청은 이 발표에서 중소기업(주식가액 30억원 미만)에 대하여서는 상법상의 법인설립 발기인 7인 이상의 요건이 1인 이상으로 완화된 2001년 7월 이전의 설립 시의 명의신탁 주식에 대하여 실명전환 업무도 더욱 간편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실명화조치는 이미 2014년 6월부터 시행하였으나 성과가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 대상자가 한정되어 있고 거의 증여세 부과제척 기간이 지난 후라는 점이 부진 원인으로 꼽힌다.
명의신탁 주식은 일단 증여세가 과세되고, 환원된 주식이 증여나 상속되는 경우 다시 증여세나 상속세가 부과된다. 거기에 가산세까지 합하면 원본액이 넘는 세금이 된다. 약탈적 조세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이다. 더구나 명의를 빌려 준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가 세금을 내지 않으면 평생 체납자의 신세가 되고 만다.
이름을 빌려 준 잘못 치고는 그 대가가 너무 크다. 명의신탁 과세 문제는 근본으로 돌아가야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주식 명의신탁은 조세회피에 이용되고 주가조작, 강제집행 면탈 등으로 지하경제를 확대하는 암적인 존재이므로 제재하여야 한다. 그러나 명의신탁을 막기 위하여 조세부과로서 대처하려는 것은 조세의 기본과 조세체계의 신뢰를 뒤흔들 게 된다. 명의신탁 증여세 과세의 실마리를 제공한 바 있었던 부동산 명의신탁은 이미 부동산 실권리자 등기 명의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세법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았는가?
아직도 살아 숨쉬는 주식 명의신탁에 대한 증여의제 과세는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당국은 이제 세수에 연연하는 것을 그만두고 세법의 영역에서 이를 떼 내야할 때가 되었다.
명의신탁 증여세 과세제도는 논란 속에서도 오랜 동안 유지되고 있다.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그 동안 스스로 쳐놓은 강고한 그물에 운신을 폭이 좁아져 판례변경 등 다른 선택이 어렵다. 직원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여 주식투자를 하던 납세자가 무려 400억 원의 증여세를 부과받아 법원을 거쳐 헌법재판소까지 갔으나 결국 구제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
과연 이것이 조세라고 할 수 있는지? 국세청의 이번 조치가 향후 명의신탁을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된다면, 의제 증여세를 유지할 것이 아니라 조세회피액을 추징하고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 세법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는 일이 될 것이다. 이 번에 국세청이 내놓은 차명주식 근절책을 계기로 명의신탁 증여세 과세를 세법에서 걷어내는 입법개선의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