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해 목숨을 빼앗긴 미선·효순양 추모 촛불집회 핵심 관계자에 대해 대법원이 "사전 신고를 안한 촛불집회는 실정법 위반"이라면서 유죄를 확정지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규홍 대법관)는 22일 미선·효순양 추모와 관련해 미신고 촛불집회 등을 열어 교통과 경찰의 직무를 방해한 혐의(집시법 위반 등)로 기소된 김종일 여중생 범대위 집행위원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이 행사가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한 추모행사인만큼 사전 신고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촛불집회에 있어서 피고인 등은 반미감정을 자극하고 경찰을 규탄하고,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고, 이라크 파병결정에 반대하는 등 정치적인 구호를 주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 등이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차로를 점거하고 미국대사관으로 행진을 하도록 유도한 것 등에 비춰 순수한 추모의 범위를 넘어 사전신고가 필요한 집회였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은 한미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기에 정당행위에 해당된다고 항변하는 등 (피고인 등이) 제기한 문제의식과 해결방안에 경청할 만한 내용이 있다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이 인정하는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된다"며 "그런 방법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시위장소를 벗어나 차도를 점거하거나 집회가 금지된 일몰 후에 촛불시위를 벌인 것은 위법"이라고 재판부는 판시했다.
김씨는 지난 2002년 7월부터 2003년 10월까지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 등에서 14차례에 걸쳐 '여중생 사건 진상조사와 재판관할권 이양 촉구집회' 등 여중생 추모관련 촛불집회를 사전 신고없이 진행하고 기획했다. 또 촛불집회를 진행하면서 도로를 점거,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원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