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상 하나의 세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몇 차례 과정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세제를 관장하는 재정경제부 세제실에서 검토작업을 거쳐 조문을 만들고 제도의 기본 틀을 수립한다. 이를 법률안 형태로 구성해 입법기관인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이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따져 최종 재가를 내린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나면 온전한 '세제' 가 만들어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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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행정기관과 입법기관에서 수행하는 세제 검토 작업이 단순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하나의 세제를 만들거나 개정하기 위해 행정기관과 입법기관에서 치러내는 검토작업은 복잡하고 또 많은 노력과 비용을 필요로 한다.
■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일어나는 '비밀스런(?)' 일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세제와 금융 등 경제전반에 걸친 입법작업을 수행한다. 국회의 중추는 국회의원들이다. 그러나 국회는 이들 국회의원들이 원활한 입법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방대한 조직을 거느리고 있다. 입법전문위원과 입법조사관들이 그들이다.
특히 세제관련 입법안을 다루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직원들은 국회가 열릴 때만 되면 밤을 새워 일하기가 다반사. 세법이 기본적으로 워낙 복잡한 데다가 사회가 발전하면서 이를 따라가기 위한 세법개정 수요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정부 또는 국회의원들에 의해 발의돼 재경위로 넘어온 세법 개정안들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 는 국회 재경위에 소속된 3명의 입법전문위원(현성수 수석전문위원, 이한규 전문위원, 이규담 전문위원)과 9명의 입법조사관들 손에서 이뤄진다.
이들 입법공무원들은 벌률안을 철저히 쪼개어 분석하고 논리적 타당성 여부를 따진 보고서를 작성해 재경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관련 세법개정안에 대한 '可·否'를 결정토록 뒷받침하는 역할을 도맡고 있다.
■ '학구파 입법공무원' 재경위 이한규 전문위원
국회 재경위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문위원 중 한 명인 이한규 전문위원은 소득세, 법인세 등 직접세 파트를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입법안, 불법정치자금 과세안 등 민감한 세법 도입에 대한 타당성 검토 작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업무일정 속에서도 그는 시간을 쪼개 공부에 매진, 지난 22일 서강대 경제대학원 졸업식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쓴 라는 제하의 논문은 우수논문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이 전문위원은 1958년 생으로 77년 명문인 전주고를 졸업하고 고려대 법대에 입학해 81년 수석졸업의 영광을 안았다. 대학교 졸업 이후 '유학특전 제공' 이라는 광고문구에 속아(?) 국회 사무처 입법고시에 응시해 합격했다.
남다른 학구열을 가진 이 전문위원은 이를 두고 "공부할 수 있는 직장분위기라는 생각이 들어 응시했다" 고 회고했다. 입법공무원 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학구열을 달궈 94년 고려대 법대 대학원에서 법학석사학위를 받았다.
헌법을 전공한 그는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2년 입법기관에서 근무해 온 경험과 전공인 헌법을 적절히 조화한 '입법과정 개선에 관한 헌법적 고찰' 이란 주제의 논문으로 법학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그는 박사과정을 밟아 오면서 고대 법대 대학원 역사상 큰 '족적'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학위과정 4학기 중 수강과목 전체 A+학점을 3학기에 걸쳐 취득하는 한편 졸업과 동시에 박사학위를 받는 기염을 토한 것. 이는 고려대 법대 대학원 최초의 사례로 남았다.
이 같은 쾌거는 바쁜 국회 근무 일정 속에서도 잠 자는 시간을 5시간 이상 넘기지 않는 등 웬만한 고3수험생도 울고 갈 정도의 학구열을 발휘한 데 따른 것. 이 전문위원은 "매일 새벽 4시경에 일어나 죽기살기로 공부했다" 고 소회를 밝혔다.
이 전문위원은 지난 2001년 5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보임돼 세법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는 매년 정부 또는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수 십여건의 세법 개정안에 대한 날카로운 검토보고서를 작성해 명성을 날리고 있다.
특히 지난 2003년 여성용 생리대에 붙는 부가가치세 면제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는 관련 법이 국회를 '무사히' 통과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관련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제도 수립에 기여하기도 했다.
이 전문위원은 재경위에 보임되면서 세법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몇 가지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세법과 세법의 이해에 필요한 회계학을 철저히 마스터하는 것. 아울러 세법과 연계된 경제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세법 및 회계학과 관련된 인터넷 강의를 꼬박 꼬박 챙겨 듣고 주말에는 학원에 등록해 강의를 듣고 있다. 또 서강대 경제대학원에 입학해 경제학 공부를 시작해 지난 22일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기에 이르렀다.
이 전문위원은 "최근 국회의 입법과정이 매우 중시되고 있다" 며 "특히 입법과정 중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는 국회의원들의 발의법안이 증가되면서 개정취지와 정부측 입장, 관련단체 입장 등을 수록해 분석하고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재경위 업무를 맡으면서 매일 새벽 7시 이전에 출근해 밤 10시 이후에 퇴근하는 강행군을 계속 중이라는 그는 "시장구조와 현실을 모르고 고쳐 논 세법조항 하나 때문에 시장구조가 왜곡되기도 하고 일반국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받기도 한다" 며 "재경위 소속 동료 직원들의 노력과 더불어 저의 작은 노력이 올바른 세법 만들기에 기여가 되길 바란다" 고 마음 속에 품은 작은 소망을 피력했다.
■ 에피소드, '야전침대' 와 '새벽별 뜬 퇴근길'
17대 국회 첫 정기국회였던 지난해 정기국회 당시 종합부동산세 입법안, 불법정치자금 과세안, 파생금융상품 과세안 등 사회적 이슈거리로 대두된 세법 개정안들이 여럿 제출돼 관심이 집중됐었다.
세법을 만들어 온 세제실 직원들 마찬가지였지만 이 법률안에 대한 입법검토를 맡은 국회 재경위 직원들의 고생도 말이 아니었다. 특히 종부세 입법안, 불법정치자금 과세안 등에 대한 입법검토를 맡은 이 전문위원과 입법조사관들은 국회가 열리기 전인 9월부터 사무실에 숙식을 해결하는 등 사실상 고지점령을 위한 '베이스 캠프(?)'를 차려놓고 일에 매달렸다.
이 전문위원은 사무실에 '야전침대' 까지 가져다 놓고 일하기도 했으며 입법조사관들도 평일 밤 12시 이전 퇴근은 제쳐두고라도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출근해 하루종일 일했다. 이 전문위원은 "남들은 주말에 산도 가고 골프도 치는데 내가 무슨 팔자로 이런 고생을 하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고 회상했다.
그들이 낸 입법검토를 기반으로 종합부동산세 도입이 확정되고(석연치 않은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논란이 만만치 않았던 파생상품 과세안도 백지화 됐다. 아울러 그들이 제안한 의견이 입법과정에서 적잖이 반영되기도 했다.
새벽별 뜬 퇴근길과 '자진 납세한 주말' 그리고 '야전침대' 에서의 불편한 잠자리가 국가 세제 발전에도 일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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