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처방"비난 고조..특단의 대책 마련돼야
한국ECN증권 청산 결정과 함께 ECN시장도 3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5월28일 ECN시장 폐쇄에 따른 대책으로 장 마감 이후 시간외거래 시간을 늘릴 계획이다.
증권업계에선 시간외거래 시간 확대에 대해 실효성 없는 땜질식 처방이라고 평가했다. ECN시장 폐쇄에 따른 비판을 피하기 위한 무마용이라는 평가다.
또 재경부가 증권시장 개방과 제도 개혁을 내세워 ECN시장 설립 근거를 마련해놓고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재경부, 설립근거 마련해 놓고 `나몰라라`
지난 2001년 6월 32개 증권사는 장 마감 이후 투자를 수요 충족시키기 위해 모두 256억원을 출자해 한국ECN증권을 설립했다. 상당수 증권사들이 8억원씩 투자한 것은 ECN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ECN증권은 같은 해 12월부터 증권거래소 및 코스닥 시장의 250개 종목을 대상으로 정규시장 종료 이후 오후 4시30분부터 9시까지 시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ECN증권은 출범 초기부터 거래부진에 시달렸다. 매년 4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해 3년8개월 동안 누적적자가 130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주주회사인 국내 증권사들은 한국증권선물거래소로 한국ECN증권을 매각하려고 했으나 거부당했다. 급기야 늘어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증권사들은 지난 22일 임시주총에서 청산을 결의했다. 오는 5월28일에는 전격적으로 시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ECN시장 거래부진..3년만에 누적적자 130억원
ECN시장이 출범 3년만에 시장 폐쇄사태에 이른 직접적인 원인은 극심한 거래부진이다. 올 들어 ECN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33억원에 불과하다. 장내 시장은 주가상승과 함께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ECN시장은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ECN증권은 출범 초기부터 기관과 외국인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그나마 불편한 거래방식 때문에 개인의 참여도 부진했다. 한국ECN증권 관계자는 "주문을 낸 이후 체결까지 최대 30분이나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투자자들이 외면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국ECN증권은 여러차례 주무부처인 재경부에 실시간 매매방식을 도입해줄 것을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경부 관계자는 "실시간 매매를 허용하게 되면 장내 거래를 연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ECN증권은 독자적인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주주회사들이 판단에 따라 청산 쪽으로 결론이 났다"며 "정부에서 근거법을 마련했다고 해서 ECN시장을 책임질 이유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단의 대책 없이는 거래 활성화 불가능
재경부와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ECN시장 폐쇄에 따른 기존 투자자들의 반말을 무마하기 위해 시간외거래 시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이영탁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은 edaily와 전화인터뷰에서 "ECN시장이 없어지면 관련 업무를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서 인수하게 된다"고 밝혔다.
유가증권시장본부 관계자는 "장 마감 이후 오후 4시까지 진행되던 시간외매매를 오후 6시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안은 아니며 금융감독원 및 재정경제부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5월28일 ECN시장이 폐쇄된 이후 같은 달 30일부터 시간외거래 시간을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여전히 싸늘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ECN은 오래전부터 유명무실한 시장이었다"며 "장 마감 이후 시간외매매 시간을 늘려도 거래가 활성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시간외거래 시간 연장 계획을 꼬집었다.
특단의 대책이 없이는 거래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한국ECN증권 관계자는 "재경경제부가 ECN시장 설립 추진단계에선 언론 발표 등을 통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다가 정작 시장이 운영되기 시작한 이후에는 무관심을 일관했다"며 재경부의 무책임한 처사를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