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과 대우건설의 3분기재무제표검토에서 '한정의견'과 '의견거절'을 낸 것과 관련해 논란이 많다. 만일 1년 확정결산의 회계감사에서 '의견거절'이면 상장폐지 사유이니 상장주식투자자는 휴지조각을 손에 쥐게 된다.
의견거절이유는 회사가 자산과 부채의 정확한 계산금액에 대한 믿을 만한 입증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수십조원 단위 대기업은 거액의 자산과 금융부채가 대응되며, 막대한 이자가 지급되고 계상된다. 따라서 극심한 불황으로 회사의 정상적 영업활동이익이 나지 않으면, 무리하게 자산과 부채의 회계 숫자를 조정하게 된다. 이러면 일반적 회계처리기준에 위반되어 반영되는게 있어서, 회사주장과 회계감사인 판단에 차이가 생기고 상호간에 합의·납득되지 않으면, 소명자료미제출이나 감사범위제한 등으로 한정의견이나 의견거절이 공시된다.
대우그룹회사들은 1980~90년대 급속성장기에 세계경영을 외치며 압축성장을 하였다. 그래서 사업다각화도 이루었고, 흩어진 각 기업규모도 대단히 큰 편이다. 충분한 이익이 발생되지 않는 회사에서 규모가 크다는 것은 막대한 부채가 있다는 것이고, 그 동안의 구조조정과정에서 국민혈세로 운영되는 거대국책은행의 수조원부채가 자본금으로 출자전환되었다는 뜻이다.
기업규모가 크고 해외수주액도 많아 그 동안 국부를 많이 창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의 대형선박 수주와 대규모 건설프로젝트를 싸게 수주해서 비싸게 지어주어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은 그만큼 국부가 유출된다는 뜻이다.
만약 기업의 정상이익이 제대로 나지 않고 손실금액이 계속 커진다면 국책은행으로부터 거액의 차입금을 날리고 출자전환금도 모두 자본잠식되어 심각한 국부유출로 귀결된다는 뜻이다. 특히 작금의 한국경제와 세계경제는 급속한 보호주의 선회 등 국가이기주의로 오히려 마이너스성장 방향이다.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계속 성장한다면, 올해의 손실과 부실자산을 일부 내년으로 넘겨도 내년도 회사 실적이 적당히 흡수해주었다. 과거 20년전에는 회계사들도 향후 계속 성장하는 기업실적을 확인할 수 있어서 부실여부판단이 애매한 경우도 마지못한 부탁에 막연한 모험주의로 넘어가곤 했었다.
오히려 너무 엄격히 감사해서 한정이나 부적정의견을 주면 본의 아니게 기업의 신규차입금이 중단되거나 기존차입금이 회수되어 기업부도의 직접적 원인행위 제공을 두려워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올해의 부실과 손실을 내년의 양호한 실적이 해소해 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또한 매년 단위 경영실적손익의 정확한 기간귀속대응이라는 회계처리기준을 적용하면 절대 당기의 손익을 당기에 엄정히 반영해야 적정한 회계처리가 된다.
회계는 1：1의 사적인 소비거래가 아니고 수많은 외부이해관계자에 대한 공시법률의무이다. 발주자의 뜻에 거슬리어도 남에게 일러바쳐야 하는 절대공공재이다. 따라서 공정한 회계기준과 감사기준 및 관련 법규가 엄격히 준수되어 재무제표와 회계감사보고서가 공시되어야 적법하다.
그렇지 않으면 수만명에 대한 대량의 회계사기를 치는 것이다. 특히 회계분야에서는 “安分知足(안분지족)”의 정신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회사의 재산과 부채가 안전하고, 해당 기업의 규모나 능력 등이 분수에 맞아야 외부에 공시할 수 있다.
기업의 업종이나 규모에 적합한 외부차입금만 빌려야 한다. 미래를 오판하여 과잉설비투자를 하고 과다부채를 빌려 막대한 원금과 이자가 외부로 지급되면, 영업이익이 나지 않고 계속적 결손누적으로 계속기업의 능력을 상실한다. 결국 외부차입금과 외부주주자본금을 다 날리게 되어 공익피해를 일으킨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고사성어도 기업가는 명심하여야 한다. 압축성장(壓縮成長)이라는 말은 고사성어에도 없지만 이제 한국경제에서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자기자본금이 적더라도, 외부부채·차입금을 조달하여 거액부동산과 대형생산설비를 취득하는 부채레버리지(leverage)는 현대판 '축지법전략'임에는 틀림없지만 이것도 자기 자신과 해당기업의 전후좌우를 잘 살펴서 서서히 내공을 쌓아야 한다.
로마는 하루에 이루어진 게 아니듯이 성공한 대기업도 오랜 시간 선택과 집중의 결과로 우뚝 선 것이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널 정도는 아니라도 급할수록 돌아간 기업은 살고 문어발확장의 불길에 무작정 뛰어든 기업은 죽었다.
중소기업이어도 이익이 잘나는 회사는 대주주경영자가 배당도 받아가지 않아 우량자산이 넘친다. 반면, 적자가 나거나 과다부채로 이자가 많이 나가는 기업은 결국 누적과잉부채를 막지 못하고 한꺼번에 터져 부도가 발생하고 기업가는 피해다닌다.
안분지족과 대기만성이라는 선조들의 교훈을 잊고서 빨리 가려고 무리한 차입경영을 일삼거나 자신의 능력과 자기회사의 현금이익창출능력을 무시한 과다설비투자와 과잉차입금조달은 결국 분식회계의 원인이 된다.
이런 회사는 부실자산과 과잉부채를 재무제표에서 아예 누락하거나 원가·비용축소, 감가상각의 미반영 및 부실자산감액처리안하기 등으로 허위재무제표를 작성한다. 또한 애초부터 입맞에 맞는 감사인을 고르고 계속 얼르며 현장회계사를 속여서 허위감사보고서에 적정의견을 매년 받아낸다.
그러다가 회사의 경영주체가 바뀌거나 미래실적이 불분명하여 과거의 손실과 과대평가된 재고자산·매출채권을 털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소신경영자를 만나면 수조원의 과거부실 자산·부채가 한꺼번에 터져나온다. 이중에는 해외부외부채와 지급보증 등 장부에 미반영된 것도 있다. 이게 바로 빅 배쓰(Big Bath) 회계절벽을 만나 한방에 뻥터지는 것이다.
결국 거액분식과 누적결손이 일시에 반영되는 회계절벽이 생기는 회계사기를 예방하고, 미리 감시·조사·경고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독립된 외부감사가 선결요건이다. 현재와 같이 감시·조사대상인 기업이 감사인으로 최저가로 고르는 자유외감제도에서는 제대로 된 감사보고서가 나올 수 없다.
혹시나 운좋게 다수의 우량기업회계감사인 경우는 그래도 괜찮지만 일부 악덕기업의 분식회계는 떨쳐낼 수 없는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나 공공기관이 회계감사인을 전면지정하고 감사가격도 사회적 합의로 기업규모별 일정금액이나 일정비율로 법정화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익피해가 계속 이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