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에 속한 금융계열사들이 최근 6년 간 총 132회에 걸쳐 '비금융계열사의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금지'를 규정한 공정거래법 제11조의 예외조항을 활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사진)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받은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전체 132회의 의결권 행사 가운데 94%인 124회는 삼성그룹의 삼성생명 25회를 비롯해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4개사가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8회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사모투자회사가 설립한 시니안유안회사가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결권이 행사된 안건은 임원임면 104회, 정관변경 23회, 합병·영업양도 5회 순으로 집계됐다.
제윤경 의원은 “이는 재벌 소속 금융계열사 중 의결권행사 예외조항이 필요한 곳은 삼성뿐이라는 사실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현행 공정거래법 의결권행사 예외조항이 사실상 '삼성특혜법'이라는 지적이다.
제윤경 의원에 따르면 현행 공정거래법 제11조는 대기업집단에 속한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기업집단의 경제력집중 억제와 금산분리 차원에서다. 특히 고객 자산으로 계열사 주식을 취득해 대주주 지배력 강화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도 취지로 들린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상장사들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지면서 경영권방어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임원임면, 정관변경, 합병 및 영업양도 사항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신설, 2002년 처음 시행됐다.
제 의원은 특히 이번 조사 (기간 2013년 3월~2016년 3월)에서 합병과 영업양도 분야에서 의결권 행사 사례가 처음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은 '제일모직의 패션부문 영업양도(2013년 12월)'와 '제일모직과 삼성SDI 합병 (2014년 5월)'에 대해 제일모직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삼성화재는 지난 해 삼성물산 주총에서 748만주의 찬성표를 행사했다. 당시 합병주총의 결과 379만주 차이로 가결돼 의결권행사 예외조항이 없었다면 합병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
결국 삼성물산 합병 성사를 위해 계열 보험사 (삼성화재)의 고객자산까지 총동원된 셈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제윤경 의원은 “이는 국내기업의 경영권방어 차원에서 도입된 공정거래법 조항이 되레 대주주의 경영권승계에 악용된다는 뜻으로 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계열사 간 합병이나 영업양도의 경우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자료=국회 정무위 제윤경 의원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