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세청은 1만6655명의 신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을 공개하며 그동안의 체납 재산 추적조사 중 주요 사례 몇 가지를 함께 소개했다.
이날 국세청은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체납처분을 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올해 10월까지 체납자 재산 추적조사를 통해 1조4985억원의 세금을 징수하거나 조세채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국세청은 "세법질서를 고의적으로 훼손하는 체납자에 대한 법적 대응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10억원 짜리 '과자상자'
◆…체납자 A씨가 친척 창고에 은닉 중이던 현금 다발. 국세청은 상자에 든 10억원 가운데 체납액 5억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A씨는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제3자를 시켜 양도대금 수십억 원을 은행에서 인출하고 지인 사업장, 친척 창고 등 장소를 옮겨 가며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인출된 자금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은행 CCTV 분석, 탐문 등을 통해 현금 인출자가 체납자 아들 운영 회사의 직원인 점과 차량을 이용해 상가 건물로 이송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현금이 이송된 상가 입주자 중 체납자 아들과 동향인 사람을 발견하고 사실관계 확인 결과, 체납자 아들의 부탁으로 사업장에 종이박스를 일시 보관했다가 체납자 아들이 다시 들고 갔다는 진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국세청이 증여세 조사 착수, 체납처분 면탈범 고발 예고 등의 추적을 계속 진행하자 A씨는 친척 창고에 보관 중이던 현금이 든 '과자상자'를 제출했으며 국세청은 과자상자에 담긴 현금 10억원 중 체납세금인 5억원을 징수했다.
□ "저 그사람 아닌데요"
◆…체납자 B씨 집에서 발견된 명품시계.
10억원대의 세금을 체납하고 있던 체납자 B씨는 친척 주소지에 주민등록 신고를 하고 실제로는 가족과 함께 고급아파트에 거주하는 등 호화생활을 누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실제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에 재산을 은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주거지 수색을 실시했다.
진입과정에서 아파트 내부에 있던 체납자는 B씨 본인이 아니라고 부인했으나, 거주 사실을 확인했다고 하자 본인이 체납자임을 시인하고 수색에 응했다.
수색 결과 금고 및 서랍장 등에서 바쉐론 콘스탄틴, 피아제, 롤렉스 등 고급시계 6점(약 1억원), 에르메스 가방 등 총 2억원 상당의 동산이 발견됐고 국세청은 이를 즉각 압류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B씨는 수색을 실시한 해당 월에 5억원의 세금을 납부했으며 남은 체납액도 자진 납부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 "빚 갚느라 다 써서 세금 못내!"
◆…체납자 C씨 집에서 발견된 오승윤 화백의 그림.
C씨는 병원 양도대금을 채무 상환에 사용한 것으로 위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10억원 대의 체납처분 회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C씨는 본인이 운영하던 요양병원을 채무과다 등의 사유로 양도했고 양도대금은 채무상환 등에 모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병원장 등 경력으로 볼 때 주소지에 고가의 동산을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한 국세청은 곧바로 수색에 착수했고 수색 결과 오승윤, 천경자 등 유명 화가 그림 17점(1억원), 현금(1000만원), 황금열쇠 등 총 1억9000만원 상당의 동산이 발견됐다.
C씨는 양도대금 중 7억원을 채무 상환에 사용한 것으로 소명했으나, 국세청 확인 결과 가공 채무로 확인되어 현재 체납처분 면탈범으로 고발 당할 위기에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 "값 비싼 돌, 세금으로 내면 됩니다"
◆…체납자 D씨가 운영하던 예식장에서 발견된 수석. 국세청은 공매를 통해 수석 등을 매각, 세금에 충당했다고 밝혔다.
체납자 D씨는 웨딩업체를 운영하던 자로 체납 발생 직전에 예식장 건물, 아파트 등을 매각해 20억원 대의 체납처분을 회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국세청은 예식장에 비치된 수석 등은 매각대상에서 제외된 사실을 확인하고 사업장 수색을 2차례 실시해 수석, 분재, 뿌리공예품 등 88점을 압류했다.
국세청은 압류한 수석 등은 한국자산관리공사에 공매 의뢰해 총 1억7000만원에 매각했고 예식장 건물 양도대금 중 미수채권을 압류했으며 현재까지 2억원을 추심해 체납액에 충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 거짓 임대차계약서 꾸민 체납자…"그러다 쇠고랑 차요"
체납자 E씨는 부동산 명의신탁 및 허위 임차보증금 신고 등으로 5억원대의 체납처분을 회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E씨는 소득세가 부과될 것을 예상하고 원룸형 오피스텔을 신축해 타인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국세청이 민사소송을 제기해 해당 오피스텔 건물을 E씨 명의로 이전하고 공매를 진행하자, E씨는 지인 등과 짜고 거짓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 공실에 임차인이 있는 것으로 꾸며 소액 임차보증금 배분을 요구했다.
국세청은 배분 요구가 부당함을 입증해 4억원을 국세에 우선 충당했으며 체납처분 면탈범으로 고발조치 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