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2012년부터 3년간 세수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여 궁지에 몰렸다. 그러나 2014년부터 세무신고 사전 안내를 강화한 후 2015년 2조2000억원을 초과달성하고 지난해에는 무려 예산 대비 23조2000억원을 더 걷었다. 경기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조세행정으로서는 획기적인 일이고 칭찬받을 만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국세청이 납세자에게 세금 신고 전에 보내는 사전 성실신고 안내가 큰 몫을 했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한다.
사전 안내는 국세청이 납세자의 재무제표, 내부 과세자료 등을 통하여 구축한 국세행정시스템(NTIS)의 분석기능을 통하여 여러 유형과 항목으로 나누어 납세자 별로 미리 개별통보하는 형식이었다.
안내서에는 사전안내항목과 그 추출방법, 신고 시 유의사항, 전년도 사전안내 이력 등이 포함되었다. 아울러 “신고 직후 사전안내와 연계한 사후검증을 강화할 예정이니 성실신고를 통해 세무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는 문구를 기재하였다.
이 문구가 국회에서 문제가 되었다.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압박을 느낄 것이므로 안내 문구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국세청이 이를 받아들여 납세자에 대한 개별 안내문 대신 국세청 홈택스의 '신고도움 서비스'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사후검증 경고 문구는 가산세 부담이 있다는 취지로 바꿨다.
그 경위를 보면 일면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다. 세금은 모두가 피할 수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될 수 있으면 줄여 보겠다는 것이 납세자의 정서이기도 하다. 우리의 납세의식은 아직도 낮은 수준이다. 개선의 조짐이 있다가 다시 주저앉고 있다는 것이 조세재정연구원의 2015년 납세의식 조사 결과이다.
자영업자나 법인의 성실신고율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정착되었다 할 수 없다. 사업자의 소득신고율은 근로소득자의 투명할 수 밖에 없는 소득세 납부에 비하여 너무 낮다. 조세재정연구원에 의하면 지하경제의 규모는 2015년 기준으로 125조 원에 달하고, 2011년의 누락조세를 의미하는 조세 갭은 무려 25조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상황이 그렇다면 성실신고를 유도하기 위한 개별 납세자의 세무자료 분석을 통한 사전안내는 필요하고도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납세자에게는 안내에 따름으로써 세무조사의 위험성을 줄이는 보장적 기능도 있다. 세무조사로 인한 조세저항이나 불이익도 적어진다.
세무조사에 대한 적법절차와 투명성이 강화되고 있지만 세무조사는 일단 개시되면 종래의 관행상 납세자에게는 가혹하기 쉽다. 납세자에게 '조세 선의'를 기대할 수 없는 정황이 있다면 납세자에게 압박이 되더라도 사전안내를 강화하는 것이 조세행정의 옳은 방향이다.
문구 기재가 압박성 요소가 있다고 하여 개별통지를 하지 않고 국세청 사이트에 게시하여 확인하여 보라는 것이 과연 납세자에게 도움이 될까? 혹은 납세자들이 문구까지 배려하여 주어 고맙다고 느낄까? 국세청과 납세자에게 더 중요한 것은 사소한 문구가 아니라 분명한 메시지와 납득할만한 자료제시이다. 그래서 이번 사전안내 문구 수정에 박수를 보낼 생각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