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소속 심재철 부의장, 유일하게 비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파면'으로 청와대를 떠났지만 헌재 판결을 사실상 '불복'한 것에 대해 야당이 맹비난 했다.
특히 검찰을 향해 박 전 대통령의 출국금지와 수사를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12일) 저녁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간 후, 친박 의원들과 만나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3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관용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추 대표는 '어제 범죄를 벌하지 않은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이라는 알베르트 카뮈의 말을 인용하며 "박 전 대통령은 민간인이자 13건의 범죄가 있는 피의자다. 검찰은 정치적 고려 없이 즉각적으로 단호한 수사를 통해 진실규명과 벌을 엄히 다스려야 한다"고 검찰에 촉구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헌재의 파면 결정에 사실상 불복의사를 표한 데 대해 "역사가 아니라 '피의자 박근혜' 본인이 검찰수사와 재판정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온당하다"고 조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특히 우 원내대표는 '탄핵반대' 집회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 "폭력집회를 선동한 사람들이 박사모 핵심수뇌부고, 자유한국당의 유력 정치인이며 대선후보라는 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조원진, 김진태 의원은 폭력집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복 선언한 박 전 대통령도 문제지만, 선동한 이런 정치인들이 아직까지 의회에 남아있다는 게 개탄스럽다"며 "오늘이라도 석고대죄를 해야 한다. 계속 폭력집회에 참석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의 불복 메시지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헌법수호의 의지가 전혀 없다"면서 "억울하다면 지금이라도 검찰 수사에 적극 임해서 진실을 소명해야 한다"고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일국의 지도자였다면, 나라를 위하는 애국심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동시에 승복의 메시지가 나왔어야 했다"면서 "최소한 국정혼란에 대한 과오에 대해서라도 국민께 사죄하는 게 도리였다"고 비난했다.
바른정당 대표권한대행인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당 확대중진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국민은 헌재 판결 존중과 국민통합 메시지를 원했는데 본인 스스로 명확한 입장 표명 없이 대리인을 통해 분열과 갈등 여지가 있는 메시지를 남긴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불복메시지에 대해 "헌재 결정 불복은 법치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며 헌법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지금이라도 박 전 대통령은 진심으로 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상처 받은 국민들에게 위로를 보내고 지지층에게 자제 호소해야 한다"며 "인명진 한국당 비대위원장과 황교안 권한대행은 이미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말을 했다. 이분들도 박 전 대통령의 불복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박 대통령의 불복 선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파면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만 나타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탄핵 정국에서 국민에 대한 반성과 책임을 다하고, 법치 중심과 도덕 정치라는 당의 정치 혁신을 실현하고자 한다"며 4월 재보선이 치러지는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지역에 공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우리 모든 국민 안타까움과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 일어나지 않도록 간절히 생각했으리라 본다"며 "나라야 어떻게 되든 말든 오롯이 권력 장악위해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국민 분열을 부추기고 대결을 선동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소속인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이날 '남에게는 승복하라면서 자신은 불복이라면'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말은 다른 사람은 물론 자기 자신에게도 해당 된다"며 박 전 대통령을 질타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의 국회 통과 후 '헌재 판결에 승복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세종시 수도이전 위헌 결정 때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곧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지적하며 박 전 대통령의 태도를 꼬집었다.
심 부의장은 "얼마 전까지 헌법의 마지막 수호자였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이렇게 헌법을 무시하는 듯해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을 했던 사람부터 헌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과연 일반 국민의 헌법과 법규의 준수는 얼마나 기대되겠는가"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