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의 대선후보들은 11일 북핵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만나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안보위기 문제를 논의했다.
이들 후보들은 사드배체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 해제를 주문하고, 북핵 해결에 대해 적극적으로 임해줄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측 송영길 총괄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우 대표를 만나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과 도발을 막는 데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송 총괄본부장은 "4월 15일 북한 김일성 생일, 25일 북한 인민군 창건기념일 사이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 우려가 있다"면서 "사드배치 논란 보다는 북한 핵 문제에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로 인해 한·중간 경제활동과 민간교류활동 등이 심각하게 위축되고 한국은 물론 중국 기업 활동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는 사드문제 때문에 공식적으로 제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제한이 계속되고 있다. 새 정부 탄생을 앞둔 이 시점에서 제재가 철회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우 대표는 "한국 측이 사드 배치하는 데 동의하는 것은 중국 안보위협에 피해를 주고 있다"면서 "이 잘못된 결정이 바로잡을 수 있길 바란다. 그런 면에서 이번 대선에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사드 배치 철회를 재차 요구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이날 우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당 스스로도 사드 반대 당론을 수정할 필요성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국민들의 정서가 바뀌고 있다"면서 사드 찬성 당론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대표는 "우리는 도랑에 든 소다. 미국 풀도 먹어야 하고 중국 풀도 먹어야 한다"면서도 "우리는 전통적으로 한미동맹을 가장 중시하는 외교정책을 가지고 있다. 우리 국민의 정서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드 문제로 인한 중국의 경제제재를 예측했지만 더욱 심해지고 있다"면서 "지난 25년간의 한·중 우호관계가 금이 가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경제제재조치·문화관광 교류가 옛날처럼 활발하게 될 수 있도록 상호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에 우 대표는 "중국의 입장은 명확하다. 처음부터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에 반대 해왔다"며 "우리가 함께 노력해 앞으로 25년간의 한중관계가 보다 큰 발전 이루길 바란다"고 답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는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우 대표와 가진 면담에서 "사드는 방어용"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우 대표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유 후보는 "사드는 방어용 무기다. 사드 문제와 한·중간의 경제협력 문제는 분리돼야 한다"면서 "한중·관계가 정상적으로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사드 시스템은 한국 것이 아니라 미국 것"이라고 밝히면서 "빠른 시일 내에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에 대해 우 대표는 "사드 문제에서 중국 측이 가장 큰 관심을 갖는 것은 엑스밴드 레이더"라면서 "사드를 배치하면 중국의 북부지방 절반이 사드 탐지 반응에 의해 커버된다"고 주장하며 우회적으로 사드배치 철회를 압박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중국 정부의 경제보복조치 중단을 강하게 압박했다.
심 후보는 국회에서 우 대표와 만나 "중국이 친구인 한국을 상대로 경제 보복을 한 것은 매우 성급했다"면서 "한·중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중국의 경제 보복조치는 중단돼야 한다"고 일갈했다.
심 후보는 "한·미 외교 당국이 결정한 사드 때문에 한·중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결과는 정의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우 대표는 "한·중 교류가 사드 문제 때문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도 원하는 결과가 아니다"라며 "사드 배치에 중국인들도 불만이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 관광하지 않는 등 자발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심 후보는 "미·중 정상 회담으로 한반도 평화가 위협 받고 있다. 한반도가 혼란스러워지면 중국에도 상당한 위험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종인 무소속 후보는 "대선후보들이 모두 모여 안보위기 상황에 대한 지혜를 나눠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대선후보들은 자신의 선거운동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모두 모여 안보위기 상황에 대한 지혜를 나눠야 한다"면서 "그것이 국민을 조금이라도 안심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이며 예의"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이날 '한반도 위기설'이 고조되는 상황과 관련해 선거대책위원회에 '안보상황 점검회의' 긴급 소집령을 내렸다. 이에 문 후보는 이날 부산-경남 일정을 급하게 마무리하고 서울로 올라와 오후 8시께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가진다.
또한 문 후보는 국회의장 주재 5당 대표 및 대선후보가 모두 참여하는 '5+5 긴급안보비상회의'를 열 것을 공개 제안했다.
문 후보의 제안에 대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정치권은 국민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된다. (저는) 일관되게 북한 도발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해왔다"면서 "지금은 신중하게 대처할 때"라고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